‘영세 축산농 양도세 감면’ 합의 불발… 여야정, 韓-EU FTA ‘축산 딜레마’ 의견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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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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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대 다소 누그러져”… 타협 가능성 남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축산농가에 대한 양도세 감면 방안을 놓고 정부와 국회가 25일 회의를 가졌지만 또다시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 “영세농가에 한한 양도세 감면이라면 검토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27일 다시 열릴 회의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나라당, 민주당은 이날 오후 한-EU FTA 후속 대책과 관련해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축산농가의 양도세 감면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정부가 양도세를 만지는 데 대해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라며 “그러나 지난 주말(23일) 당정청 회동 때보다는 정부의 입장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세수(稅收) 감소와 조세 정책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축산 농가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반대했다.

현재 축산농가에 대한 양도세 감면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EU와의 FTA 체결에 따른 국내 산업 타격에서 축산업계의 피해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한-EU FTA 체결 이후 5∼15년간 농업분야(2조2000억 원)와 화장·의약품 분야(3942억 원)에서 2조6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조2000억 원의 농업분야 피해 중 91%에 이르는 2조 원은 모두 축산업계에서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축산업이 유럽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EU FTA 보완대책을 발표하며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 지원책에는 △품질 고급화 △방역 강화 △축사시설 현대화 △도축장 구조조정을 비롯해 △도축세 폐지 △무관세 사료 확대 △축산 자조금 상향 조정 등이 포함됐다. ‘경쟁력 없는 축산농가는 도태시키고, 잘하는 축산농가들을 더욱 키워 EU와 경쟁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 아래 마련된 정책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축산업 선진화를 위한 지원이 아닌, ‘달래기용’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3조 원의 피해를 낳은 구제역 파동을 겪으며 후진적인 국내 축산업계를 이번 기회에 바꾸겠다는 정부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현재 정부 대책이 축산업 선진화 쪽에 초점을 두고 있어, 영세 농가를 위한 지원책 강화의 일환으로 양도세 감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당초 EU 측과 7월 1일자로 FTA를 잠정 발효하기로 한 정부가 다급한 상황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7월 발효를 하려면 4월 국회 비준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영세 축산농가에 한해 양도세를 감면해 주면 소규모 축산농가들의 폐업을 유도할 수 있어 축산업 선진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쌀 경작 농가에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듯이 소규모 축산 농가에도 이와 비슷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8년 이상 경작한 쌀 농가가 해당 농지를 매매할 경우 양도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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