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주중국 대사에 이규형 전 주러시아 대사, 주일본 대사에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1차관, 주유엔대표부 대사에 김숙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내정했다.
이번 인사로 비(非)직업외교관 출신으로만 채워져 있던 ‘4강 대사’는 외교관 출신(중국과 일본)과 비외교관 출신(미국과 러시아)이 절반씩 차지하게 됐다.
상대국이 존재하지 않는 김숙 내정자는 바로 임명된다. 나머지 내정자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이 접수되면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이번 인사는 관록 있는 외교관을 전진 배치해 임기 말 4강 외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중 정상회의(5월 20일) 이전에 신임 주일·주중대사가 아그레망을 받도록 하기 위해 인사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인 대신 “외교관 앞으로” ▼
21일 주요 대사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은 이규형 주중대사 내정자다. 외무고시 8회로 김성환 장관(10회)보다 두 기수
선배인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2차관을 지냈으며 러시아 대사를 끝으로 지난해 1월 외교부를 떠났다. 2008년 1월
정권인수위원회 시절 이재오 특사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의 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해 곤경에 처한 적도 있다. 그런 그가 15개월 만에 ‘더 큰 자리’로 컴백한 것이다.
청와대 참모는
“과거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냈지만 ‘좋은 사람은 발탁한다’는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의 능력을 인정한 현 정부의 핵심
실세가 천거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내정자는 베이징(北京) 대사관에서 정무공사(1999∼2002년)를 지내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어느 정도 인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신각수 주일대사 내정자는 4년간(1986∼1990년) 도쿄(東京)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일본담당 동북아과장을 지내 적임자의 한 명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 신 내정자가 모두 서울고 출신이라는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이다.
서울고 출신들은 동문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재임 시절 요직에 포진해 ‘외교부=서울랜드’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지난해 9월 장관
딸 특채 파동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신 내정자는 당시 인사를 담당하는 1차관으로서 인사권을 박탈당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퇴임
2개월 만에 복귀하게 됐다.
주중 대사 하마평에 올랐던 김숙 1차장은 4강 대사와 더불어 ‘빅5’로 꼽히는 유엔
대사로 정리됐다. 중국 근무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대표적인 북미통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점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때 북미국장도 지냈으나 음주운전 전력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던 그는 현 정부 들어 6자회담
수석대표로 기용되며 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한편 부임 16개월 만에 복귀명령을 받은 류우익 주중 대사는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중량감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에 애를 먹었다는 얘기가 많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류 대사가 조기 귀국을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류 대사는 향후 개각에서 국정원장이나 통일부 장관 기용설이 있다. 3년 이상 재직해 온
권철현 주일 대사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정치 일선 복귀나 장관직을 희망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신임 대사 3명 프로필 ::
○ 이규형 주중국 대사
△부산(60) △서울대 외교학과 △외시 8회 △주중국 공사 △주방글라데시 대사 △외교부 제2차관 △주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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