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평택사령부 방호시설 강화 요구… 2000억 추가부담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4일 03시 00분


유사시 北 핵공격 염두에 둔듯

미국 정부가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에 건설되는 한국사령부(KORCOM)의 방호시설을 미국 국방부의 관련 기준에 맞도록 대폭 강화해 달라고 한국 측에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이 부담해야 할 예산도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2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올해 초부터 KORCOM의 방호시설과 관련한 설비를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Defense Threat Reduction Agency)의 기준에 맞춰 강화해줄 것을 한국 국방부에 요구했다. KORCOM은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를 대체한다. 북한이 남침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국군과 공동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KORCOM이 북한의 어떠한 공격을 받고도 정상적인 지휘 기능을 유지하려면 방호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미국 측의 주장이다.

이런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 KORCOM 건물 안팎의 방호벽을 더욱 두껍게 시공해야 하고, 각종 방호설비와 대피시설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등 설계 단계부터 대대적인 보강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를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 들어가는 한국 측 부담이 최근 8조9000억 원으로 추산돼 지난 7년 사이 3조3100억 원이나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로선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KORCOM의 방호 수준을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와 같은 수준으로 하자고 미국 측을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문제가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둘러싼 한미 양국 간 주요 협상쟁점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미국 측의 요구가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가능성 등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미국 측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 측이 방호시설 강화 기준으로 제시한 DTRA는 위해예측평가프로그램(HPAC)으로 불리는 최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핵무기 등 WMD 공격에 따른 피해 규모를 정밀하게 분석해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2006년 당시 국회에서 공개된 DTRA 자료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 10kt급 핵폭탄 한 발이 투하됐을 때 18만 명이 사망하고 16만 명이 부상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또 같은 해 DTRA 소속 전문요원 10여 명이 방한해 한국군을 대상으로 핵무기와 핵 관련 시설 사찰에 대한 교육훈련을 하기도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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