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신공항’ 회견]자료-조율없이 35분 문답… “송구 표현 쓸것” 논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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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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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약 먹고 회견 나선 MB

회견 듣는 靑참모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대통령 정책실장,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왼쪽부터) 등 참모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회견 듣는 靑참모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대통령 정책실장,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왼쪽부터) 등 참모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송구하다”는 말을 두 번, “죄송하다”는 말을 한 번 쓰면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사과의 뜻을 밝혔다. 광우병 파문, 세종시 계획 수정, 천안함 폭침사건에 이어 네 번째 대(對)국민 사과다.

사과의 표현 수위를 놓고 청와대 참모진은 “사과의 뜻을 분명히 넣자”는 쪽과 “정당한 정책판단이므로 유감 표시 정도로 하자”는 쪽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송구하다는 말을 쓰겠다”고 방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예정에 없이 한 짤막한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그 지역(영남권)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은 37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2, 3분 분량의 모두발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기자 7명의 질문에 답하는 데 할애했다. 역대 청와대의 관례가 된 사전 질문서는 전달되지 않았다. 7개 언론사의 명단이 전달된 것 이외에는 일체의 사전조율도 없었다.

이 대통령은 회견장에 준비자료를 가져오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했다. 한 참모는 “모두발언도 대부분 이 대통령이 직접 썼기 때문에 별도의 텍스트 준비가 필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구지역 신문 기자에게 “질문하신 (기자의 소속) 신문을 봤는데 제목이 ‘고향민심을 잃고 귀도 막고 눈도 감았다’고 돼 있더라”면서 영남권 지방신문의 기사를 꼼꼼히 읽으면서 민심을 파악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답변 도중 김해공항의 연간 이용객 수, 국내선 활주로 이용률은 물론이고 예산낭비 사례로 잘 알려진 용인 경전철의 총 공사비용, 연간 및 30년 누적 적자보전액 규모 등 정책 수치를 적극 활용했다.

이 대통령은 아침에 복용한 감기약 때문에 회견 도중 입이 바짝 말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참모는 “회견 직후 대통령이 ‘약을 먹지 말 걸 그랬다. 어찌나 입이 마르던지. TV로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물을 마실 수도 없고…’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김장훈이라는 가수의 인터뷰를 봤다. 독도에 대해 가장 강하게 말하는 가수로 알고 있는데, 그도 ‘(원전피해 복구를 위해) 일본을 돕는 것은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정치권이나 언론보다 더 성숙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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