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資法 기습처리 후폭풍]행안위 소위 속기록으로 본 ‘기습처리 그날’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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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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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자금도 허용해야” 일부의원 개정안보다 더 심한 요구

정치자금법 31조 개정안 후보인 1, 2안 가운데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이 주장하는) 2안을 선택하는 건 (현재 제한하고 있는) 단체의 기부를 허용하는 것입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용희 선거실장)

“그래요. (그런데 2안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 이거요.”(임동규 의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치자금제도개선 소위원회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한 4일 회의에서는 국회의원의 후원금 규제를 개정안보다 더 확실하게 완화시켜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장이 집요하게 제기됐음이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당시 소위 회의록을 7일 입수해 살펴본 결과 한 차례 정회를 포함해 31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임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윤상일 의원은 사실상 입법로비 허용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31조와 32조 개정안에 대해 “미흡하다”며 추가 수정을 요구했다.

○ 단체 기부를 허용하는 방안 논의

4일 오후 2시 23분 김정권 소위원장은 “법안의 실질적 내용에 관한 심사는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하고 오늘은 체계·자구 수정 차원만 심사하겠다”며 정치자금법 31조, 32조, 33조와 관련된 개정안을 상정했다.

이 법 31조는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하는 조항으로 소위에 2가지 안이 올라왔다. 1안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수정하는 안이었고, 2안은 외국의 단체, 언론단체, 종교단체를 제외한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하는 안이었다.

임 의원은 2안의 처리를 요구했지만 김 소위원장이 “이번 개정안은 오해의 소지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지, 단체를(단체의 기부를) 허용하자는 건 아니다”며 제동을 걸었다.

선관위 김용희 실장이 “단체의 자금이라는 표현도 모호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의원들은 한 차례 정회를 한 뒤 1안을 통과시켰다.

손충덕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은 31조를 고치는 이유에 대해 “단체와 관련된 자금이라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소수 의견이 있었다”고 명시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소지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는 행안위원들의 주장은 소수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라는 게 드러난 셈이다.

○ ‘청탁 또는 알선’ 기부 제한에 국회의원 제외하는 안 검토

소위는 ‘공무원이 담당·처리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에 한해 기부를 제한한 정자법 제32조 3호에 2가지 수정안을 제시했다.

1안은 공무원 뒤에 ‘국회의원을 제외한다’는 표현을 넣는 안이었고 2안은 3호 뒤에 ‘입법활동 등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정당하게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는 제외한다’는 단서를 넣는 것이었다. 2가지 안 모두 국회의원을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었다.

2안에 대해 선관위 김 실장은 “이 단서를 달 경우 너무 포괄적이어서 거의 모든 공무원들한테 청탁이나 알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청탁 또는 알선하는’ 앞에 ‘부당하게’라는 표현을 넣자”고 제안했다. 윤상일 의원도 “‘부당하다’든지 ‘부적절하게’라는 표현을 넣는 게 명확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대해 진영 의원과 김 소위원장은 “그 경우 부당하지 않으면 모든 청탁과 알선은 다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상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체·기업 후원의 허용과 기부내용 공개 시 형사상 면책 등의 내용을 담은 정자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지난해 말 여론의 비판에 밀려 무산된 바 있는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제가 제출한 건 폐기되는 게 아니고 정개특위에 넘기는 거지요?”라고 재차 확인하며 불씨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 법안 처리 두고 행안위원 간 이견

7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는 정자법 개정안 처리가 안건도 아니었지만 일부 의원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4일 법안 처리에 불참했던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도 현행법은 합법이라고 결정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법 적용 시기를 19대 국회부터 하는 게 법 감정과 형평성에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성론을 폈다.

그러자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청목회 사건은 검찰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정치적 수사를 했다. 국회의원이 10만 원씩 받은 게 마치 큰 범법행위를 한 것처럼 비친 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자금법을 개정한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안경률 위원장은 “여야 간사가 논의해서 정치자금소위를 별도로 구성하는 등 나름대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의원들의 정상적인 정치활동과 정치후원금조차 불법 행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처리한 원 포인트 개정했다는 것을 참고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의사일정대로 회의를 진행하자”며 더 이상 정자법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을 막았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기현 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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