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회동 논의가 무산됐던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일 조우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 앞서 독립유공자, 4부 요인, 정당 대표들이 약 20분간 환담한 자리에서였다.
이 대통령은 손 대표를 보자 악수를 하며 “언제 한번 봐야지요”라고 했고, 손 대표는 “네, 네”라고 짧게 답했다. “안녕하십니까”(이 대통령), “건강하시지요”(손 대표) 등의 인사말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다과 탁자 앞에 서서 “내가 손 대표를 잘 모셔야죠. (아침) 식사하셨느냐”라고 말하며 케이크를 잘라서 손 대표에게 권하기도 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두 분이 과거부터 가까운 사이 아니냐”고 하자 이 대통령은 “(우리가) 정치만 안 했으면 되게 친했을 텐데…. (정치를 하면)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해서…. 허허”라며 웃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2002∼2006년 나란히 한나라당 소속으로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곁에서 “조건 걸지 말고 만나야죠”라며 손 대표와 어깨를 부딪치며 친근함을 표시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만남이 이 대통령이 손 대표에게 회동을 제의한 것으로 뒤늦게 해석되자 민주당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가 발언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했고, 손 대표가 회동 제의를 수용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설명했다는 게 민주당의 반응이었다. 민주당에서는 “‘몰래 카메라’에 당한 느낌이다. 손 대표는 ‘만나자’는 질문이 있었던 것조차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거나 “의례적인 인사에 의례적으로 답변한 건데 이를 공식 회동 제의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오해가 확산되자 김희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손 대표 비서실장인 양승조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사정을 되짚어가며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양측이 언론에 공개할 발언 내용을 협의했고, 청와대가 ‘회동 제의가 있었다’는 식으로는 언론에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만남을 공개한 것은 두 분의 관계가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좋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지만 또다시 오해가 빚어졌다”며 곤혹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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