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방일, 봄에서 가을로 미룬 속사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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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5월前 국빈방문 추진했지만 내달 독도관련 日교과서 검정 발표…
약탈도서 반환 지연에 발목 잡혀

올봄으로 예상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이 가을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을 방문 중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7일 주일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어제(16일)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상을 만나 ‘국빈방문을 하면 그에 걸맞은 합의(성과물)도 있어야 하는 만큼 5월 전에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초 양국 정부는 5월 도쿄 한중일 정상회담 이전에 이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 6자회담 개최 문제 등에 대해 한미일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긴밀한 협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라는 민감한 시기를 무난히 넘긴 만큼 올해엔 새로운 100년을 향한 한일관계를 선언하는 세리머니도 필요했다.

그러나 일본 교과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르면 3월 말 발표될 예정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에는 독도 영유권 표현이 강화될 우려가 적지 않다. 2008년 개정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엔 독도와 관련해 ‘우리나라(일본)의 영토 영역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고, 교과서는 이에 따르게 돼 있다. 마에하라 외상도 16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독도 영유권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으로 검정 결과가 발표되면 양국관계가 냉각되는 건 피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빈방문을 해봐야 흡족한 성과를 내기도 어렵고 자칫 방문 자체를 두고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양국 정부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 약탈 도서의 반환이 조속히 성사되지 않는 것도 걸림돌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목을 매고 있어 도서반환 조약의 국회 처리가 후순위로 밀려 있다.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참석한 자리에서 양국 외교장관이 도서반환 협정문에 서명한 만큼 이를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 대통령이 다시 일본을 찾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일본은 일왕 주최 만찬 등을 필수코스로 한 외국정상 국빈방문을 연간 두세 차례 받고 있으며 한여름과 겨울은 피하는 관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대통령의 국빈방일은 일단 가을로 미뤄졌다고 볼 수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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