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주홍보, 예산은 ‘펑펑’ 효과는 ‘찔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 작년 11개 부처 211억 분석

고용노동부가 운영하고 있는 ‘직업능력개발’ 블로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000만 원을 주고 외부업체에 운영을 맡겼지만 이 블로그에 등록되는 게시물은 한 달 평균 37개에 불과하다. 직업능력개발 블로그(blog.naver.com/upgrade_u) 화면 캡처
고용노동부가 운영하고 있는 ‘직업능력개발’ 블로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000만 원을 주고 외부업체에 운영을 맡겼지만 이 블로그에 등록되는 게시물은 한 달 평균 37개에 불과하다. 직업능력개발 블로그(blog.naver.com/upgrade_u) 화면 캡처
정부 11개 부처가 지난해 200여억 원을 들여 외부업체에 홍보 대행 업무를 맡겼지만 홍보효과가 의문시되는 내용이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전체 35개 정부 부처 중 정보를 공개한 11개 부처를 대상으로 지난해 1∼11월 홍보대행사 등 외부업체에 맡긴 용역을 조사한 결과 그 비용은 211억8780만 원에 달했다. 11개 부처는 국방부, 통계청, 중소기업청, 여성가족부, 환경부, 보건복지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이다. 이들 부처 중 일부는 2008년 49억1614만 원, 2009년 44억6206만 원을 같은 명목으로 사용했다.

○ 줄줄 새는 홍보비

국민에게 사업 내용을 알리고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대규모 홍보가 필요한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 및 농림어업총조사’(102억 원) 등 외주가 불가피한 사업을 제외한 약 80억 원의 지출명세를 보면 낭비성 예산이 주를 이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외부업체에 ‘직업능력개발’ 블로그 운영을 맡기며 1년 동안 4000만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이 블로그에 등록된 글은 444개. 게시물 하나에 약 9만 원이 들어간 셈인데, 대부분의 내용이 단순히 정책을 알리는 글이다. 고용노동부는 “블로그를 만들 당시 전문성이 부족해 외부에 개발을 맡겼다”며 “그 뒤에는 직접 운영할 수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용역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월과 7월 각각 하루 동안 고려대와 연세대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연예인과 중소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강연하는 행사에 모두 1억2120만 원을 외부업체에 줬다.

환경부도 지난해 10월 가수 S 씨, 체육인 H 씨 등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서울 한강 뚝섬에서 ‘환경지킴이 발대식’ 행사를 열며 대행업체에 1억2000만 원을 지불했지만 당시 참석자는 500여 명에 그쳤다. 참석자 1인당 24만 원이 들어간 셈이다.

○ 홍보효과 파악 못 하고, 지출명세 관리 컨트롤 타워도 없어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연예인과 체육계 인사들을 초청해 서울 한강 뚝섬에서 개최한 ‘환경지킴이단 발대식’ 행사. 환경부는 행사를 대행업체에 맡기며 1억2000만 원을 썼지만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500여 명에 그쳤다. 사진 출처 그린업 블로그(blog.daum.net/kz1979/36)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연예인과 체육계 인사들을 초청해 서울 한강 뚝섬에서 개최한 ‘환경지킴이단 발대식’ 행사. 환경부는 행사를 대행업체에 맡기며 1억2000만 원을 썼지만 당시 행사에 참석한 인원은 500여 명에 그쳤다. 사진 출처 그린업 블로그(blog.daum.net/kz1979/36)
사업을 진행한 뒤 효과 분석이 안 된 경우도 많았다.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10월부터 8주 동안 외부업체에 4000만 원을 주고 ‘해외안전여행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정확한 효과분석은 나와 있지 않았다. 외교통상부는 “몇 명이 참여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이벤트에는 20만 건이 응모됐지만 1명이 최대 168번까지 중복 응모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사업은 퀴즈를 통해 100만 원대 DSLR 카메라 1대, 10만 원가량의 즉석카메라 5대와 가죽장갑 세트 10개, 영화예매권 40장 등을 경품으로 주는 내용이었지만 들어간 비용은 4000만 원에 달했다.

부처 차원에서 아예 사업비 지출명세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한 부처 관계자는 “홍보부서에는 언론홍보 외 이벤트나 사업 홍보예산이 따로 나오지 않아 부서별로 홍보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서별로 구체적으로 어디에 비용을 사용했는지를 파악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 홍보업체 “관리 허술” 정부사업 선호


정부의 홍보 사업진행과 용역발주가 꼭 필요한지도 논란이다. 최근 3년 동안 외부에 홍보용역을 준 적이 없는 부처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는 게 가장 홍보 효과가 크기 때문에 따로 홍보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는다”며 “홍보부서가 보도 자료를 내는 데 외주까지 주며 세금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홍보용역이 대행사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사업은 사기업보다 관리가 허술한 편이라 대행업체가 선호한다는 것. 한 홍보대행사 부사장은 “지난 정부부터 정부가 대국민 소통을 강조하면서 홍보대행이 늘기 시작했는데 기업에 비해 정부는 사업 진행과정을 빡빡하게 관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부정책 수행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게 중요한데 공무원 인력만으론 이를 충족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전문성을 갖춘 홍보업체를 쓰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만 외부업체를 쓰는 게 효과적인지는 개별 사업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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