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해 3번째 대화제의]北 뭐가 급한지… “진심이다, 조건없다, 빨리보자” 다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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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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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남 비방 주역’ 조평통까지 유화 제스처


북한이 1일 신년공동사설과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 이어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촉구하며 대화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잇단 대화 공세를 통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 북한의 심상찮은 신년 대화공세

최근 잇단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과거의 행태와는 다른 점이 많다. 북한은 8일 조평통 담화에서 “우리는 현 남조선 당국이 임기 5년을 북남 대화 없이 헛되이 흘려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사뭇 남측을 걱정하는 투다. 또 담화는 “만나보지도 않고 ‘진정성’ 운운하며 여러 조건부를 앞세우는 것 자체가 진정성 있는 태도라 할 수 없다. 우리 대화 제안에는 아무런 조건부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고 강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1990년대 이후 줄곧 대남 비방의 주역이던 조평통이 전향적인 대남 대화 제의를 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24일 정부가 천안함 폭침사건 대응조치를 발표하자 다음 날 오후 조평통이 담화를 내고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며 독설을 늘어놓은 것과는 180도 달라진 태도다.

북한이 5일 내놓은 연합성명도 마찬가지다. 이번 성명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2월 4일 노동신문에 게재된 ‘남조선 당국과 해외의 정당, 단체 및 각계 인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상시킨다. 북한은 전날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연 뒤 다음 날 이런 편지 형식으로 남북 고위급 정치회담을 제의했다.

○ ‘2000년의 성공’ 재현 노리나?

북한이 북핵 6자회담의 재개를 앞두고 전향적인 대남 대화공세를 펴면서 ‘연합성명을 통한 대남 당국 간 회담 제의’라는 12년 전 주장을 다시 들고 나온 점에서 ‘2000년의 성공’을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할 수 있다. 향후 남북 정상회담을 관철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의 핵 문제 ‘빅딜’을 노리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편지는 남한 정부에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 △국가보안법 철폐 △남한 내 진보진영의 통일운동 보장 등 3대 실천적 조치를 요구한 뒤 “이와 같은 실천 사항들이 해결된 기초 위에서 올해 하반기에 북남 고위급 정치회담을 열자”고 공개 제의했다.

이후 북한은 김대중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과 그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동시에 1998년 장거리로켓 ‘대포동1호’ 발사 이후 관계 악화 일로에 있던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와 2000년 10월 ‘조미 공동선언(북-미 코뮈니케)’에 합의해 2년 만에 대남, 대미관계의 동시 진전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이런 의도라면 북한은 12년 전처럼 남한 정치인 또는 국가정보원 고위 당국자와의 비밀접촉을 추진하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 같은 미국 핵심 당국자들을 평양으로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 핵 보유 시간 끌기 위한 이중전술?

그러나 북한이 2000년 이후 10년 넘게 대외협상을 하면서 얻은 ‘학습효과’ 탓에 같은 패턴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도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합의, 2000년 북-미 공동선언은 물론이고 남한과 체결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등 주요 합의가 미국과 한국의 정권교체 이후 흐지부지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과거처럼 순진하게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북한은 임기를 2년 남긴 오바마-이명박 정부에 ‘위장 평화공세’를 펴며 마무리 핵 개발에 속도를 낼 시간을 벌려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1999년 6월 제1차 연평해전을 일으키는 등 대화 시기에도 무력 위협을 병행했기 때문에 올해 3차 핵실험이나 남한 영토에 대한 무력 도발을 할 수도 있다.

○ 북한의 빨라지는 태도 변화


최근 북한이 대화에서 위협으로, 다시 대화로 이동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남 이중전술의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진 것은 핵 보유 목표에 도달했다는 내부 판단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핵 보유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한 무력 도발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화 제의도 전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한 뒤 그해 8월 남북 정상회담 제의→2010년 3월 천안함 폭침→2010년 9월 적십자회담 제의→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2011년 1월 신년 대화공세로 대화와 위협의 ‘갈 지(之)자’ 행보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태도에 대해선 “2012년 강성대국을 완성해야 하는 초조함이 드러난 것”이라는 시각이 없지 않다.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쌀과 비료 지원을 다시 받을 수 있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한반도 주변 기류가 대화로 모아지는 틈을 타 발 빠른 변신을 선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동영상=북한마을 소달구지! 김정은 생일날 바라 본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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