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예산안 본회의 통과]20시간만에 상황 끝… 與 전략 성공?

  • 동아일보

■ 속전속결 여권 4대 포인트

여야가 7일 저녁부터 대치하면서 8일 오후 한나라당 단독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시간 정도였다. 평소 연말에 임박해 이뤄지던 예산안 처리 시기도 20일 정도 앞당겨졌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다.

○ MB는 왜 ‘9일 시한’을 고집?

청와대는 4대강 예산 등에 대한 야당과의 타협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예산안 처리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 도발 후 나타난 국정 불안을 조기에 정리하겠다는 의지도 깔려 있는 듯하다. 이런 정무적 판단 아래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까지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자 “당연한 일”이라며 9일 이전 처리를 독려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들은 지난 수년간 반복된 ‘법정 시한 내 처리 천명→여야 협의 결렬→시한 연장→재결렬→31일 강행처리’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한 관계자는 8일 “어쩌면 11·23 연평도 도발 이전에는 여야가 대화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더 보여준 뒤 연말 처리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럴 만한 여유가 없어졌다”는 말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의 정치 혐오나 국정 장악력 부재의 질타가 야당보다는 여당에 몰릴 수밖에 없는 사정도 한나라당이 조기 강행 카드를 택한 원인이 됐다.

○ 김무성은 왜 서둘렀나?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가 야당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하리란 관측은 낮았다. 당내에서조차 9일 정기국회가 끝난 후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연말에나 예산안 처리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평소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원만한 관계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 처리 후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안 심의에서 야당이) 지연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예산안 처리를 시도했다가 야당의 방해로 실패하면 예산안 처리가 더 미뤄질 수밖에 없어 ‘거사일’을 8일로 앞당겼다는 설명도 했다.

○ 박희태는 왜 총대를 멨나?


박 의장은 그동안 양당 원내지도부와 만나 여러 차례 중재를 시도해 취임 후 첫 직권상정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냈다. 이런 박 의장이 전격적으로 직권상정을 결심한 배경엔 정기국회 회기를 넘기면 결국 올해도 연말까지 예산안 처리가 미뤄질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 김형오 국회의장 시절 직권상정을 머뭇거려 여권 내 표적이 된 데 따른 학습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7, 8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예산부수법안과 주요 법안에 대한 상임위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등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 8일 낮 여야의 물리적 대치가 계속되자 단호하게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가 사전에 치밀히 준비했음을 내비쳤다.

○ 20시간 만에 단독처리가 마무리된 배경은?

한나라당이 20시간 만에 새해 예산안 기습 처리에 ‘성공’한 것은 ‘전략’이 치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산안이 본회의에 앞서 거쳐야 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8일 오전 11시 예결위 회의장이 아닌 본청 245호실에서 열렸다. 국회법상 예결위 개최는 장소에 상관없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었다. 예결위에서 의결하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본청 245호실에서의 예결위 개최는 지난해와 같은 ‘수법’이었지만 민주당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푸념이다. “국회의 정치력을 강조해온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무성 원내대표를 너무 믿었다가 허를 찔렸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자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이건 수치”라고 소리쳤다. 당 원내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소통관계를 자신하던 이 장관에게 세게 한 방 먹은 것”이라고 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