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폭력국회]여야, 예산안 처리 올해도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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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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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장 선점하라”… 바리케이드-몸싸움-비명 ‘한밤 활극’

8일 새벽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이 단상 밑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사진 더 보기
8일 새벽 국회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이 단상 밑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사진 더 보기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국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올해 정기국회의 종료일(9일)을 이틀 남겨둔 7일 심야 국회에선 여야 의원을 비롯해 당직자와 보좌진이 뒤엉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활극’이 벌어졌다. 곳곳에서 상대당 의원의 출입을 막기 위해 집기로 쌓은 ‘바리케이드’까지 등장했다. 이날 밤 늦게까지 곳곳에서 고함과 비명이 교차했다.

○ 국회 본회의장 앞 아비규환

이날 오후 10시 35분경 본회의장을 점거한 한나라당 당직자와 보좌진이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을 잇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본회의장 왼편 입구를 의자와 책상 등 집기를 동원해 막기 시작했다. 예산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한나라당 소속인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본회의를 소집해 예산안을 직권상정해 통과시킬 것을 요청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을 파악한 민주당 당직자 등이 입구에 쌓인 책상과 집기를 빼내면서 본회의장 밖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양측 간에 고성이 오갔고 일부 여성 당직자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은 입구에서 빼낸 책상 등 집기를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과 국회 2층을 잇는 층계로 굴려 보내 파손시켰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장 입구의 유리가 깨졌고, 일부 당직자와 보좌진은 얼굴 등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렸다.

오후 10시 50분경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장세환 최종원 최영희 의원 등이 집기 위에 올라서 한나라당 측이 추가로 집기를 쌓는 것을 막았다. 이에 한나라당 차명진 김성태 주광덕 김성회 김세현 의원 등이 본회의장과 국회의장실을 잇는 통로를 막아 선 채 민주당 의원들의 진입을 차단했다.

오후 11시 15분경 한나라당 측이 집기로 막아놓은 본회의장 오른편 입구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뚫었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지키던 한나라당 의원들을 밀어낸 뒤 의장석을 점거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석 밑에서 야당 의원들과 대치했다.

○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명분 쌓기’

이에 앞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지금 이 순간부터 초읽기에 들어가는데 모든 게 전략이어서 비공개로 한다”고 밝혔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야당이 소위 ‘현미경 심사’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어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8일 새벽에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열기 위해 모든 의원이 비상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임위에서 늘 심사기일을 지정하지만 국회법 관례에 따라 의미가 없다”며 “국민의 혈세이기 때문에 현미경 심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이 다음 주까지 (예산안을) 합의 처리해주면 임시국회 소집에 응하겠다고 한다. 그러려면 한국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비를 국회에서 심의해야 한다”며 다양한 ‘빅딜 카드’를 제시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중재안을 내놓았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이번 주말까지 하고 다음 주에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합의안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결국 야당의 지연전술에 휘말린다”며 제안을 거부하고 곧바로 예산안 실력 처리에 들어갔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끝이 없는 폭력국회
▲2009년 12월22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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