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논쟁’ 통해 본 한나라 역학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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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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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촉발 정두언, 미리 박근혜 찾아갔다

한나라당의 감세 논쟁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면서 감세 논쟁을 이끈 주역들의 행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번 감세 논쟁을 계기로 당내 의사결정의 열쇠를 쥔 인사들의 역학관계가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이번 감세 논쟁의 전개 과정이 향후 당의 의사결정 방식을 내다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평가가 많다.

○ 정두언 ‘이슈 파이터’ 자리매김

당내 소장파를 대표하는 정두언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세 철회를 주장하며 감세 논쟁의 포문을 열었다. 4대강 예산심의 등 산적한 현안을 마주한 당 지도부는 정 최고위원의 주장을 ‘불필요한 논쟁’으로 규정하고 감세 논쟁의 ‘불씨’ 자체를 덮으려 했다. 안상수 대표는 당직자들의 입조심을 당부했고, 김무성 원내대표는 회의석상에서 정 최고위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감세 논쟁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와 정면대결을 벌이기보다는 ‘우회전략’을 택했다. 소장파 의원들이 감세 논쟁에 가세했고, 친박(친박근혜)계도 동조할 태세를 보였다. 결국 여론전의 성패가 승부를 갈랐다.

당내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을 중심으로 감세 논쟁 자체를 억누르는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다. 급기야 소장파와 중도성향 의원 등 45명이 김 원내대표에게 감세 관련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감세 논쟁은 피할 수 없는 ‘핫이슈’로 떠올랐다.

○ 재확인된 ‘박근혜의 힘’

정 최고위원에게 더 든든한 우군(友軍)은 오히려 친박계였다. 그는 감세 철회 주장을 공식 제기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5일 본회의장에서 박 전 대표를 찾아가 미리 준비한 자료를 건네며 소득세 최고세율 현행 유지 방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 전 대표에게 사전 동의를 구한 셈이다.

박 전 대표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감세 방안을 밝힌 것은 국면 정리의 결정적 동인이 됐다. 박 전 대표는 감세 방안을 내놓기 위해 김종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경제 전문가들과 상당 기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자신의 감세 방안이 이명박 대통령의 세제정책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전 대표가 15일 “감세철회 논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되 속도를 완화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 목소리 낸 안상수 대표


박 전 대표가 일정 부분 정 최고위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안 대표는 측근 의원들을 불러 감세 논쟁에 대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박 전 대표가 15일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감세 절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자 안 대표는 15일 오전 서둘러 자신의 감세 절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안 대표가 감세 논쟁의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안 대표는 16일 감세 논란에 대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17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찬을 겸한 월례회동에 대해선 “(감세와 관련한) 내용보다 절차를 갖고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안 대표가 22일경 예정된 감세 관련 정책의총에 앞서 자신의 절충안을 불쑥 내놓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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