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상견례서 안상수와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7일 10시 58분


"난 사실 (10·3 민주당 전당대회에서)2등할 줄 알았다."(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왜요? 3등은 아니구요?"(민주당 손학규 신임 대표)

한나라당 안 대표와 민주당 손 대표가 7일 20여 분 간의 첫 상견례에서 시종 '뼈 있는' 말들을 주고 받으며 불꽃튀는 신경전을 펼쳤다. 손 대표가 취임 인사차 안 대표를 예방한 자리였다.

안 대표는 "조직이 센 사람이 1등 할 줄 알았는데, (손 대표가)당선돼 반갑고 좋았다. 경기도에서 같이 국회의원 했고 예부터 합리적이어서 여야관계가 상생의 정치로 가지 않을까 반가웠는데 (손 대표가 여당에 대해)처음부터 너무 공격적으로 나와 헷갈린다"며 은근히 손 대표의 '전력'(한나라당 출신)을 자극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역시 민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 조직 기반 없이 당선된 것은 변화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마음, 당심과 민주당원의 열망이 담긴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내가 너무 강하다고 하는데 내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국민의 목소리, 민심, 당심"이라고 했다.

이쯤되자 안 대표는 "합리적인 분이니 이제 상생의 정치를 펴는 것이 어떻겠냐"고 분위기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상생이라는 표현이 자칫 오해가 될 수 있다. 국민은 (여야가) 서로 짝짜꿍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이어 "국회가 정부의 잘못이나 문제를 지적하고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좀 더 충실해지자. 야당이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도록 여당이 청와대나 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고쳐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 대표가 대표 수락연설에서 언급한 '국민 속으로'의 저작권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안 대표는 "'국민 속으로'는 석달 전 내가 당 대표 당선 일성으로 한 것인데 내 것을 모방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하자 손 대표는 "그 때는 내가 산 속에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받아넘겼다. 오히려 손 대표는 "시장 한 바퀴 돌아보고 떡볶이 사먹는 것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사진 기자가 찍는 국민 속으로가 아니라 사진에 찍히지 않는 마음 속의 국민에게 들어가는 정치를 하자"며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안 대표는 "상생의 정치를 위해 양 당의 대표가 매달 한 차례 정례회동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손 대표는 "원내 일에 당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자유선진당 이회창,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잇따라 예방했다.

손 대표와 이 대표의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이 대표가 "마음으로부터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정말 아주 좋은 분이 (대표가)됐기 때문에 제 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덕담했다. 손 대표가 "감사하다. 대표로 직함을 바꿨죠"라고 화답하자 이 대표는 "강등됐다"고 해 좌중을 웃겼다. 이 대표는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 당 총재였다.

손 대표가 이어 "선진당의 대표로만이 아니라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지도 부탁드리고 앞으로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 조정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며 야권 공조를 당부하자 이 대표는 "손 대표가 민주당의 여러 가지 평판과 지지도를 확 높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도 다시 한 번 축하한다"고 화답했다.

손 대표가 "2년 동안 산골에 있어 조직 기반이 없었는데 민심, 당심이 변화를 바랐고 정권교체에 대한 바람이 컸다"고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평가하자 이 대표는 "손 대표를 본받을 사람들이 나올 것 같다. 우선 산골에 들어갔다가…"라고 해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이 대표는 손 대표에게 "제 1야당으로서 수권 정당의 목표 외에도 정치의 선진화에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고 손 대표는 "고마운 말씀"이라고 화답했다.

손 대표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는 경기고 동문(손 대표가 9년 선배)임을 강조했다.

노 대표가 "고교 때 유신반대 운동을 하면서 선배님 믿고 갔는데 언제가 앞에 안 보이더라"며 날선 인사를 건넸으나 손 대표는 "가시밭길을 같이 헤쳐나가자"고 손을 내밀었다.

손 대표는 "든든한 야권연대, 대통합 등을 위해 좀 더 폭넓게 지지와 신뢰 받는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며 야권연대를 강조했고, 이에 노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지상 명령이다. 6·2 지방선거에서의 교훈을 통해 좀 더 나은 모습의 야권연대가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손학규, 민주당 ‘호남’ 꼬리표도 뗄까?
▲2010년 10월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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