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7일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금강산 관광지구 내’에서 하자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북한 대표단은 “면회소 사용 문제는 해당 기관에서 별도로 협의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측의 주장대로 이날 접촉에 나선 노동당 산하 조선적십자회가 금강산 담당인 내각 산하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과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측이 몰수 조치한 남측 자산을 대남 협상카드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한 당국을 난처하게 만들어 금강산관광 재개를 꾀하려는 노림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장소를 정하지 않은 채 남측이 상봉을 준비하도록 한 뒤 행사 직전 ‘금강산 면회소에서 상봉 행사를 하려면 남측 자산 몰수 조치를 풀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금강산관광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측은 올해 4월 27∼30일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해 소방서, 문화회관 등 남측 정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한 금강산 부동산에 ‘몰수’ 딱지를 붙이고 현대아산 등 민간업체들이 보유한 각종 관광 인프라를 ‘동결’ 조치한 바 있다.
이날 남북은 상봉 인원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북측은 전례대로 남북 각각 100명씩을, 남측은 기존보다 확대된 규모를 요구했다.
남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상봉을 정례화하자고 제의했다. 내년부터 매월 1차례씩 100명의 상봉을 추진하고 규모와 횟수를 늘려 나가자고 촉구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협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측은 “남북관계가 풀리고 좀 더 큰 회담에서 협의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좀 더 큰 회담’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장관급회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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