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특채 운영 ‘틀’부터 잘못됐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09-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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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늘려놓고… 자리 비면 뽑기 급급… 엄정 평가는 온데간데없어 외교통상부의 장관 딸 특별채용 파문은 특채 제도 운영의 구조적 난맥상에서 야기됐다는 지적이 외교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3, 14일 잇따라 열린 외교부의 인사쇄신 태스크포스(TF) 토론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 우수자 이탈에 비우수자도 경력직 특채 합격

외교부는 지난 정부부터 통상 국제법 어학 영사 등 분야에서 특채 인력정원(T/O)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부터는 특채 계약직 직원이 3년간 근무한 뒤 정규직에 응시할 수 있는 경력직 특채 인력정원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통상이나 국제법 분야에서는 계약직 특채 직원 중 우수 인력 상당수가 퇴직해 로펌 등으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외교부 근무 경험을 유명 로펌 등에 진출하기 위한 경력 관리 차원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분야의 경력직 특채 때 공고 기간을 연장하거나 자격 요건을 완화해도 외부 전문가의 응시율이 낮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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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수 특채자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결과적으로 업무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외교부 특채 직원이 경력직 특채에 합격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내에서는 이런 현상을 가리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동아일보와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실이 외교부의 특채 계약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외교부에 근무하는 일반계약직 특채자(286명)의 약 16%(46명)가 경력직 특채를 거쳐 정규직으로 선발됐다. 2006년 5급 특채에서 떨어졌으나 2개월 뒤 다시 특채로 합격한 홍장희 전 주스페인 대사의 딸도 지난해 경력직 특채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 실력 부족해 중도포기 사례도

어학 분야 특채 과정에서는 일부 언어의 경우 외교부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 응시자가 합격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언어 능통자를 채용해야 하는 방침 때문에 실력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선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무 능력이 부족한 특채 직원들이 중간에 일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번 특채 파동 이후 특채 직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업무평가나 경력직 특채 요건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동요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공무원으로서 종합적인 자질을 평가하는 업무평가 결과에 일부 특채 직원이 반발하는 일도 있다. 이 때문에 업무평가가 온정주의로 흘러 점수를 후하게 주는 관행도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 특채 운용의 묘 어떻게 살리나

그러나 이번 특채 파동을 이유로 외무고시로 수용할 수 없는 전문가들을 선발하는 특채의 장점을 무시하고 특채 제도를 없애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운용의 묘를 살릴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외시로 찾아낼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특채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도매금으로 비난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우수 특채자의 확보나 유출을 막을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외시가 아니더라도 특채자가 커리어를 구축할 수 있는 장치나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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