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팽팽히 맞서면서 양측을 지탱하는 지지기반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보수를 대표하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으로서 지지계층이 중복돼 있었다. 따라서 이번 변화가 일시적인 지지층 분화인지, 큰 틀이 바뀌는 서곡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 지지층 분화하나
리서치앤리서치(R&R)가 세종시 수정안 발표 나흘 뒤인 15일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보면 박 전 대표는 30.6%로 여전히 1위를 고수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거주지별로는 서울에서 22.0%가 나와 지난해 10월 조사결과(31.8%)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호남권에선 같은 기간 8.9%에서 10.1%로 상승해 10%대를 넘어섰다.
이에 앞서 동아일보가 11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서울의 경우 이 대통령이 제시한 수정안에 찬성한다는 견해가 50.0%로 나온 반면 박 전 대표가 주장한 원안 추진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42.6%에 그쳤다. 하지만 이 비율이 △충청권에선 27.9% 대 65.7% △호남권에선 17.6% 대 77.6% 등으로 나왔다.
보수세력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선 지표가 엇갈린다.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TK의 원안 지지 비율이 49.4%로 수정안보다 높게 나왔지만 리얼미터가 20, 2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수정안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원안보다 높았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수정안 발표 직후인 12일 조사까지는 TK에서도 원안 지지가 많았지만 14일부터 역전됐다고 한다.
이를 종합하면 세종시 정국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지역 거주자에게서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고, 박 전 대표는 충청과 호남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TK에서는 수정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이 대통령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지만 이 같은 경향을 곧바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연결짓기엔 무리인 것으로 해석된다.
○ 한나라당 지지층의 선택은
정치권에선 지역별 지지계층의 변화엔 상당부분 해당 지역의 이익이나 정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청권이나 호남권은 반(反)이명박 정서가 강한 만큼 세종시 논란으로 박 전 대표가 반사이익을 챙겼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한나라당 지지층 전체의 변화 여부다. 조사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나라당 지지자의 50∼60%는 수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제시한 ‘국민과의 신뢰’보다는 이 대통령이 주장한 ‘국익’이 더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층이 앞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이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계속 유지할지, 아니면 박 전 대표가 더욱 탄탄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세종시 정국이 장기화하면서 박 전 대표의 이미지가 지금까지의 ‘핍박받는 공주’에서 ‘이 대통령에 맞서는 실질적인 권력’으로 바뀌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옹고집 왕비’로 비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친박(친박근혜)계 참모는 “박 전 대표의 목표는 이 대통령과의 대립이 아니라 대선 승리다. 대선에선 한나라당 지지층이 세종시 같은 정책이 아닌, 이념으로 뭉치게 된다”며 “박 전 대표가 충청과 호남으로 외연을 넓힌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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