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후에서 발로뛴 한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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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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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총리시절 자원외교 사령탑 맡아
지난달 UAE 극비 방문 수주 ‘굳히기’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사업을 수주한 배경에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사진)의 ‘발로 뛰는 자원외교’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현직에 있을 때는 원전 수주의 사령탑으로서, 총리를 그만둔 뒤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UAE 왕실과 정부를 설득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 원전 수출을 기획할 때부터 자신이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원전과 견줘 봐도 한국 제품과 기술이 월등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가 UAE 원전 수출에 뛰어든 건 지난해 6월. 1978년 한국의 첫 원전인 고리원전이 건설된 지 30주년을 맞아 원전을 차세대 핵심 수출종목으로 만들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한 전 총리는 “당시는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로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했다”며 “하지만 한국이 원전 수출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올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 참석차 프랑스에 가던 중 UAE 아부다비에 들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자와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총리 등을 만나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프랑스 원전이 워낙 국제 지명도가 높아 우리가 꽤 고전했다”며 “하지만 한국 제품의 안전성과 경제성은 물론 1400MW(메가와트)급 원자로를 58개월 안에 짓는 곳은 우리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UAE 측이 막판까지 한국과 프랑스 컨소시엄 중 어느 쪽을 낙점할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자 한 전 총리는 퇴임 후인 지난달 비밀리에 UAE를 다시 방문해 굳히기에 나섰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1년에 10기만 수주를 한다면 1000억 달러를 수출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에너지 수입액을 원전 수출로 감당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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