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교과위원 전원사퇴

  • 동아일보

“정기국회 100일간 법안처리 전무… 책임 통감”
이종걸위원장 ‘정치적 탄핵’
李위원장 “안상수대표 꼼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 12명 전원이 11일 교과위원직을 사퇴했다. 상임위 운영과 관련해 민주당 소속 이종걸 교과위원장에 대해 정치적 ‘탄핵’에 나선 것이다.

교과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임해규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0일 동안의 정기국회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데 책임을 지고 교과위원직을 사퇴하기로 했다”며 “민주당의 독선적인 교과위 운영을 막지 못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현재 교과위원은 이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21명이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과반인 12명을 차지하고 있다.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퇴할 경우 상임위 활동은 사실상 중단된다. 국회법상 상임위는 재적의원 중 과반이 출석해야 의결이 가능하다.

한나라당 교과위원들은 이날 사퇴서에 서명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국회법상 각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이 있어야 의원들의 상임위를 바꿀 수 있다. 임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교과위의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한나라당 교과위원직의 사퇴가 상임위원장과 야당 간사의 교체를 압박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시각이 많다. 임 의원이 “내년 6월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와 관련한 법률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 등이 보이콧으로 일관해 위원회 자체를 아예 열지 못했다. 더 이상 상임위를 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원내대표는 전날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교과위와 환경노동위의 위원장에게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교과위는 18대 국회 개원 이후 법안 처리율이 8.9%(9일 기준)로 13개 상임위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국정감사와 예산심사에서도 파행을 거듭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거대 집권 여당 의원의 상임위 사퇴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서 “‘불량’ 상임위 타령을 하더니 ‘불량’ 국회를 만들어 밀어붙이기를 하려는 안 원내대표의 꼼수가 아닐까 싶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교과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소수 야당이나 하는 짓을 거대 여당이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다”며 “예산심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7차 심의도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위원장과 상의해 한나라당 교과위원 없이 진행하겠다”고 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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