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의기양양 재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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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거절뒤 직계 당선시켜
극적 승리 ‘해결사’ 입지 굳혀
정치권 복귀 빨라질수도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수원 장안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당내 정치적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정동영 의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당이 위기에 처했던 올 4월 재·보궐선거 때 ‘춘천 칩거’를 깨고 나와 인천 부평을의 승리를 이끈 데 이어 두 번째다.

손 전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직접 출마하는 것 이상의 부담이었다. ‘손학규(수원 장안)+김근태(안산 상록을)’라는 거물급 공천으로 수도권 2승을 담보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전략이 손 전 대표의 출마 거부로 무산되면서 위기감이 팽배했기 때문. “당의 어려움은 생각지 않는 이기적인 처사”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직계인 이찬열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자신의 선거 이상으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손학규 선거’는 녹록하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앵커 출신의 한나라당 박찬숙 전 의원에게 20%포인트가량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 후보의 공천이 확정된 지난달 30일부터 현지에 월세방을 얻어 지내며 매일 새벽 5시 기도를 시작으로 밤 12시까지 발품을 팔았다. 부평을 선거 때는 서울 종로의 자택에서 출퇴근하며 지원유세를 했었다. 이찬열 후보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손 전 대표는 4당5락(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고 할 만큼 하루 4시간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가 사실상 주역으로 뛰는 가운데 박 전 의원과 이 후보의 격차가 15일 한 여론조사에서 2%포인트라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는 성과가 나왔다.

결국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면서 당내에서는 손 전 대표가 위기 때마다 당을 구한 ‘해결사’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장 내년 지방선거 때 경기 지역에서 출마할 후보자들이 손 전 대표에게 줄을 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이후 강원 춘천에서 칩거하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온 손 전 대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정치권으로 복귀할 명분을 쌓았다는 분석이다. 손 전 대표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한동안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지만 정계 복귀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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