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살릴 與 선택을” vs “서민경제 죽인 與 심판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6일 03시 00분


재·보선 D-2 현장을 가다

《28일 전국 5곳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과 제주만 빼고 권역별로 치러지는 데다 각 지역에서 승패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뚜렷해 선거 결과는 각 당 내부의 역학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현재 한나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강원 강릉과 경남 양산을 제외하고 경기 수원 장안 및 안산 상록을,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등 중부권 3곳은 판세가 안갯속이다. 수도권은 ‘민심의 바로미터’이고, 세종시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충북 4군은 세종시의 운명을 가를 근거가 될 수 있다. 마지막 주말유세가 실시된 25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충북을,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수원 장안을 각각 찾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안산 상록을에 이어 충북을 공략했다.》

■ 경기 수원 장안
“주부 표심 잡아야 이긴다” 與 치마 입자 野는 앞치마

경기 수원 장안에서는 여야 후보가 모두 ‘치마’를 두르고 나와 서민경제를 책임지겠다며 한 표를 호소했다.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는 이날 오후 조원시장의 한 슈퍼마켓 좌판에서 감청색 치마를 입고 채소를 팔았다. 1시간 반 동안 10만6000원어치를 팔았다는 박 후보는 “주부들을 만나보니 서민 경제가 정말 힘들더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남경필 이사철 의원 등도 각 동을 돌며 “지역 발전을 챙길 수 있는 집권 여당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이찬열 후보와 당직자들은 송죽동 만석공원 아침인사를 시작으로 조기축구회 및 교회들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엔 정자동 백설마을 사거리에서 유세를 벌였다. 손학규 전 대표를 비롯해 김진표 최고위원, 이미경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 30여 명이 참여했다. 이 후보 등은 핑크색 앞치마를 두른 채 “엄마들이 뿔났다”고 외치며 “민생 경제와 공교육을 파탄 낸 한나라당을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 장안은 여야 모두 “5% 내외의 접전”을 말하는 ‘초박빙’ 지역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50·60대에서, 이 후보는 30·40대에서 우위를 보여 투표율이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20∼30표 차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 과열에 따른 혼탁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찬열 후보가 4대강 예산 관련 거짓말을 했다”며 이 후보를 고발했다. 민주당은 “박찬숙 후보가 21일 지역 주민들에게 저녁식사를 제공했다”며 선관위에 신고했다. 박 후보 측은 “인사만 했다”고 해명했다.
수원=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경기 안산 상록을
野 단일화 무산 “네탓” 공방 與 “막판 부동층 돌아설 것”

25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의 노적봉공원에서는 민주당 김영환 후보와 무소속 임종인 후보가 100여 m 떨어진 곳에서 동시에 유세를 벌였다. 이날 두 후보의 주요 공격 대상은 여당 후보가 아니라 전날 끝내 무산된 야권 후보 단일화의 상대방이었다.

김 후보는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고 기권하면 안 된다. 무소속을 찍어 사표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당선 가능한 민주당에 표를 몰아 달라”고 주장했다. 임 후보는 “민주당은 싸울 때는 같이 싸워도 먹을 때는 독식하는 욕심쟁이 정당”이라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을 제대로 견제할 야3당의 대표 후보인 나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유세를 지켜보던 유권자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연동흠 씨(52)는 “후보단일화가 됐다면 (야권의) 압도적인 승리가 될 텐데 씁쓸하다”며 “이젠 주위에 김 후보를 찍으라고 적극 권유해야겠다”고 밝혔다. 이재영 씨(46)는 “단일화가 됐다면 모르지만 이제 당선 가능성과는 관계없이 내가 지지하는 임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무산된 만큼 두 후보 측은 기존 지지자들의 기권을 막고 투표를 유도하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이 지역의 투표율이 낮은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는 야권의 후보단일화 무산을 내심 반기면서 정책 홍보에 집중했다. 송 후보 측 관계자는 “3, 4일 전부터 호각지세”라며 “야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부동층이 여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신(新)안산선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선 집권여당 후보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대표 등이 지원유세를 펼쳤다.
안산=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조기축구회 찾은 정몽준 재래시장 파고든 추미애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선거구에는 막판 부동표를 잡기 위한 각 당 지도부의 발길이 이어졌다. 재래시장, 경로당, 조기축구회, 교회와 성당 등 유권자가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주말 표심잡기에 힘을 쏟았다.

한나라당 경대수 후보는 25일 오전 정몽준 대표 등과 조기축구회 리그전이 열린 괴산중학교 운동장을 찾아 “중부 4군의 균형발전을 위해 동서고속도로 조기착공과 완공에 노력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괴산에서 숙박한 정 대표는 오후 늦게까지 선거구 곳곳을 누볐다. 이날 유세에는 전여옥 전략기획본부장과 가수 김흥국 씨, 축구스타 출신인 최순호 강원FC 감독 등이 동행했다.

민주당 정범구 후보는 오전에는 음성 천주교 성당과 금왕장로교회에서, 오후에는 진천군 백곡면 둔치에서 열린 전통민속예술공연장 등을 찾아 “국가 균형발전과 중부권 유권자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지원유세에 나선 추미애 의원은 진천 재래시장과 금왕읍 등을 다니며 “사돈의 팔촌 따지면서 찍지 말고 바른 인물과 올바른 정책을 따져 투표해 달라”고 정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24, 25일 이틀 연속 음성과 진천 등을 다니며 정원헌 후보 지지에 힘을 쏟았다. 주말을 맞아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음성시장과 진천경찰서 앞 삼거리 등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로 싸우기만 하고 타협할 줄 모른다”며 싸잡아 비난하고, “(정 후보를) 국회로 보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귀중한 인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동당 박기수 후보와 자유평화당 이태희 후보, 무소속 김경회 후보도 중부 4군 곳곳을 누비며 막판 부동표 잡기에 집중했다.
괴산=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경남 양산
“신도시 발전시킬 거물을” “지역주의 극복할 親盧를”

경남 양산 재선거에 출마한 8명의 후보는 25일 주말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바닥 표심 훑기와 부동층 공략에 주력한 유력 후보들은 우세와 승리를 장담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는 웅상읍 사거리와 물금시장, 양산시 중부동 이마트 앞 광장 등에서 유세를 벌였다. ‘힘 있는 여당후보론’을 부각시킨 박 후보는 “1996년 고시된 양산신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며 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원 유세에 나선 김무성 이주영 의원은 “일자리가 많고, 시민이 살기 좋은 양산 건설을 위해서는 박 후보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한나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의 김세연 권영진 윤석용 황영철 정태근 권택기 의원 등도 구석구석을 누볐다.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투표 참여율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젊은층 유권자 공략에 주력했다. 여당 후보와의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혔고, 막바지 불법 선거운동만 잘 감시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양산시 이마트 앞과 덕계시장 등에서 유세를 벌인 송 후보는 ‘경륜이냐 패기냐, 남해냐 양산이냐, 이명박이냐 노무현이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여당에 대립 각을 세웠다. 정세균 당 대표와 안희정 최고위원, 최재성 박선숙 의원 등이 유세에 참가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송 후보를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

무소속 김양수 후보는 유권자의 50% 내외에 이르는 잠재적 투표층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경험’과 지역정서에 호소했다. 이마트 앞과 어곡아파트 앞에서 유세를 한 김 후보는 “실물경제통에다 도시 디자이너인 본인만이 양산 발전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양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강원 강릉
與 “승세 굳혔다” 세 결집 野후보들 “뚜껑 열어봐야”

선거 초반 다른 지역에 비해 열기가 덜했던 강원 강릉 선거구는 초반 ‘1강 3약’의 격차가 줄면서 막판 열기가 뜨겁다. 일부 후보 진영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막판 접전론을 내세우며 뒤집기를 자신하고 있다. 이는 유세와 토론회를 거치면서 한나라당 권성동 후보가 나머지 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4명의 후보는 24일 프로축구 강원FC 경기가 열린 강릉종합운동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주말과 휴일 막판 표심잡기에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25일 권 후보는 지원유세에 나선 홍준표 의원과 함께 대형마트와 신영극장 주변 상가를 돌며 승세 굳히기를 위한 세 결집을 시도했다.

창조한국당 홍재경 후보는 문국현 대표의 부인 박수애 씨와 함께 유세를 펼치며 한나라당에 맞설 야권 후보임을 부각했다. 홍 후보는 문 대표가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은 것과 관련해 “한나라당 정권의 파렴치한 야당 대표 탄압”이라며 “강릉 시민들이 표로써 응징해 달라”고 호소했다.

무소속 송영철 후보는 지역에서의 14년 변호사 경력과 민주당 예비후보와의 단일화가 급격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층을 흡수하기 위해 72시간 릴레이 선거운동 돌입을 선언하고 25일 오전 교회와 성당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무소속 심기섭 후보는 시내 중심가 등에서 유세를 갖고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인신공격만 난무하고 있다”며 “초보 정치 신인들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싸잡아 공격했다. 심 후보는 13대 국회의원과 3선 시장 경력을 강조하면서 ‘경륜 있는 후보론’을 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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