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세종시 계획 수정’ 급속 확산 배경엔…4년전 기억 때문?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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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행복도시법 처리 당시 현 지도부 -MB 등 격렬 반대
당시 본회의서 찬성 의원중 현재 黨 잔류 의원은 5명뿐

정운찬 국무총리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달 3일이었다. 이 발언을 신호탄으로 세종시 계획의 원안 수정론이 급부상했다. 한동안 세종시 문제에 대해 숨죽이던 여권 인사들은 요즘 공공연히 세종시 계획 원안 수정의 불가피성을 거론하고 있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여권의 기류가 이같이 변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의 국회 처리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여권 핵심 인사들은 당시 법안에 강력히 반대했다. 4년 전 행정중심도시에 반대했던 여권 주요 인사들의 속내가 정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여당인 옛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국회에서 이 법이 처리될 때 한나라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김덕룡 당시 원내대표 등 8명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현재 원내에 남아 있는 의원은 5명밖에 없다.

반면 안상수 원내대표 등 현재 당 지도부 대부분은 4년 전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대했다. 안 원내대표는 박근혜 당시 대표가 행정중심도시 건설에 합의해 주자 이재오 의원(현 국민권익위원장)과 함께 반대 농성을 주도했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박 전 대표에게 “(합의는) 박 대표의 대권욕에 기인한 것이라 본다”고 항의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원 총회를 하는 사이 김덕규 부의장의 직권상정으로 열린우리당이 이 법을 기습적으로 표결 처리하자 당시 안상수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날치기”라고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세종시 원안이 당론”이라는 안 원내대표의 발언을 액면대로 믿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등 12명의 의원은 당시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무소속이던 정몽준 현 한나라당 대표는 표결에 불참했다. 박 전 대표는 본회의장에 참석은 했으나 기권으로 처리됐다. 이에 대해 당시 박 전 대표 측은 “재석과 찬성 버튼을 눌렀으나 그 사이에 표결이 종료돼 기권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농성장을 찾아가 “수도 이전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격려했다. 당시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행복도시법 반대 투쟁에 참가했고 현재 이 법안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은 “당시 행복도시 찬성이 한나라당의 당론이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원안 반대가 당론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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