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 첫 기자간담회 “고향 팔아 총리 할 사람 아니다”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李대통령 임명장 수여 “정치는 결국 결과로 말하는 것”

“지역감정이 아니라 충청도 출신이라는 사실을 긍지로 여기고 있고 그 덕도 많이 봤다. 적어도 저는 고향을 팔아서 총리가 될 사람은 아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29일 취임식을 마친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며 충청권 야당 의원들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자신을 ‘매향노(賣鄕奴)’라고 비난한 데 대한 정면 대응인 셈이다. 정 총리는 이날 자정 무렵 자택에 도착해 새벽까지 세종시에 관한 생각을 메모지에 꼼꼼히 정리한 뒤 이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특별법에 규정된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총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현재까지 약속을 지키는 것만 따진다면 원안대로, 장기적으로 효율을 따진다면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위장전입 및 탈루 의혹과 관련해 정 총리는 “땅 한 평 산 적도, 판 적도 없고 축재를 위해 탈세한 적 없지만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많은 반성을 했다”며 “세상이 잘 알아주지 않더라도 참고 묵묵히 열심히 일해서 세상에 갚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방송사 인터뷰 등에서 “총리직 제의가 왔을 때는 불균형, 양극화 등을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려고 왔다”며 “이명박 정부가 보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중도, 친서민 정책을 쓴다는 얘기를 듣고 나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자신에게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각을 세워 다투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조언한 데 대해 그는 “대통령과 총리가 다투지 말아야 하면 다른 장관도 다투지 말아야 한다”며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면 설득할 용의가 있지만 밖에 표출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총리상에 대해선 “(국민에게) 정운찬형 총리가 되고 싶다. 믿고 기다려 달라”고 답했다. 그러나 대권 도전 여부는 “오늘 총리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정말 일이 많다. 대권에 관심이 없다. 총리 일을 하기에도 벅찬데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있겠나”라며 비켜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정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하며 “공직이란 국민에게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자리다. 결국 정치는 결과로써 말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승수 전 총리를 비롯해 ‘9·3 개각’으로 퇴임한 국무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다 보니 처음에는 우군이 없었다. 밖에 나가 있더라도 정부가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