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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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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거 직전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실패와 좌절의 기억”이라며 자신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참여정부는 절반의 성공도 못했다”면서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준비된 조직적 세력도 없이 정권을 잡아 사회가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개혁을 하려고 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자평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과 측근들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미완성 원고와 비공개 인터넷 카페 글 등을 묶어 ‘성공과 좌절’(학고재)이라는 고인의 회고록을 21일 펴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부인 권양숙 여사 등 가족과 측근들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은 데 대해 “사법 처리를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또 회고록을 쓰는 이유에 대해 “피의자가 돼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이야기를 쓰는 일뿐”이라며 “민주주의와 역사의 진보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깨끗한 정치’를 선언할 때도 ‘정치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방심과 부주의로 사람들의 믿음과 희망에 큰 상처를 입혔다”며 “영웅의 상(像)에 이르기는커녕 오히려 추락하게 생겼으니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자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려 했던 게 오류였다. 정치를 안 했으면 꽤 괜찮은 지식인으로 살았을 것”이라며 “정치인은 생활비 마련도 어려워 유혹에 빠지기 쉬운 직업이다. 정치하지 마라. 성공 못할 짓을 왜 하려느냐”고 말했다.
그는 서거 한 달여 전인 4월 12일 아들 건호 씨가 언론의 취재경쟁 속에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본 뒤 “카메라도 흉기가 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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