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최악의 난동국회

  • 입력 2009년 9월 17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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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논평: 최악의 난동국회

올 초 인도에 간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도 의회에 대해 잘 모르지요. 그런데 인도사람들은 우리나라 국회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마침 국회에서 해머와 전기톱이 등장하는 무장활극이 벌어진 직후였거든요. 그들은 TV뉴스에서 한국 국회를 봤다면서 "어떻게 의원들이 의회에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느냐"고 신기한 듯이 물었습니다. 사실 인도 의원들 역시 말만 많고, 꼭 해야 할 개혁을 곧잘 방해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난투극을 벌이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대만에 가면 더 낯 뜨거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대만 국회도 우리 국회처럼 종종 패싸움을 벌이는데 "그게 다 한국에서 배웠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 스승이든, 참 부끄럽기 짝이 없는 소리이지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세계 최악의 난동 국회'를 소개했습니다. 15일 인터넷판에 첫 선을 보인 이 기사는 오늘 아침까지도 '가장 많이 읽은 기사'로 올라 있는데, 맨 첫머리 사례가 바로 우리나라였습니다. 작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벌어졌던 그 난동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됐습니다. 그러면서 "이 충돌도 한국 의원들의 피에 대한 욕망(blood lust)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7월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토론은 완전 주먹다짐(all-out fistfight)으로 발전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국회 폭력에 대해 너무나 익숙해져서 또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인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정말 희한한,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포린 폴리시가 소개한 물리적 폭력 사례도 우리나라와 대만, 우크라이나 세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하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 도중에 "당신, 거짓말이야(You, lie)"하고 외친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에 대해서 15일 비난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윌슨은 다음 선거 때 보나마다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만일 이번 우리 국회에서도 또 폭력이 나온다면 이젠 국민이 그 폭력의원을, 그 폭력을 휘두른 정당을 국회 바깥으로 쫓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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