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홍보수석실, 마당발 ‘기대’ 문어발 ‘우려’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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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청와대 조직 및 참모진 개편 후 청와대 내 핵심조직으로 부상한 홍보수석실의 기능과 역할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출범한 지 갓 2주일이 지난 홍보수석실은 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던 조직으로 외견상 체제는 흡사하지만 위상은 그때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일반적 시각이다.

우선 종전의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을 합친 홍보수석실의 탄생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조직을 경쟁시키는 데 따른 이점도 있지만 업무 중복 등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또 집권 중반기를 맞으면서 이 대통령 스스로 국정홍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강화됐다고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정수행 지지율 자체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임기 후 정확한 평가를 받겠다는 태도이지만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작업은 정책 수립 및 집행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청와대 조직은 크게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관장하는 ‘정무’와 윤진식 정책실장이 담당하는 ‘정책’으로 나뉘었다. 홍보수석실은 계선상으론 정 실장의 지휘를 받는다. 정 실장이 관장하는 정무의 양 날개가 박형준 정무수석비서관실과 더불어 홍보가 된 셈이다.

홍보수석실의 1차 과제는 그동안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로 나뉘어 중복됐던 업무를 조정하고 국정홍보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당장 신문과 방송 정책 업무를 통합한 언론비서관실은 미디어관계법 국회통과 이후의 미디어산업 재편에 적극 대응하는 일을 맡게 된다. 박흥신 언론1비서관이 이를 총괄한다. 박선규 김은혜 대변인은 남녀 공동 대변인의 이점을 살려 이 대통령의 각종 발언과 행보를 적절하게 분담해 언론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청와대 춘추관에 대변인실을 신설해 기자들과의 접촉 빈도를 높여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복 국정홍보비서관은 각 부처를 통한 국정홍보를 책임진다. 각 부처의 대변인실과 유기적으로 연락하고 협조하며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각 부처에서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속도감 있게 챙기는 역할이다. 인터넷 등을 통한 뉴미디어홍보는 그동안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로 업무가 분산돼 있었으나 이번 조직개편으로 총괄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선 막강 홍보수석실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주말 경기 용인에서 열린 홍보수석실 워크숍을 겸한 단합대회에는 비서관 6명을 비롯해 행정관, 계약직 직원 등 전체 63명 중 57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런 견제 목소리의 이면에는 현 정부 출범 후 1년 반 동안 청와대 대변인을 하다 ‘실세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동관 홍보수석의 청와대 내 입지 강화와도 관련이 있다. 대통령이미지(PI)와 연설, 행사 등을 담당하는 메시지기획관실과 부분적으로 업무 영역이 겹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한 인사는 “결국 홍보수석실이 어떤 실적을 내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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