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탄 핵실험’ 강행할까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플루토늄탄 두 차례 핵실험 이어
은폐-농축 쉬운 우라늄탄 확보 우려
軍 “아직까진 특이동향 파악안돼”

북한이 4일 우라늄 농축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라고 주장한 데 대해 군 당국은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의 6월 우라늄 농축 선언 이후 한미 정보당국은 특수정찰기(WC-135)와 첩보위성 등으로 북한 전역의 핵시설을 밀착 감시했지만 특이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규모 플루토늄 재처리시설과 달리 우라늄 농축시설은 수백 평 규모로, 여러 곳의 지하시설에서 분산해 가동할 경우 증거를 잡기 힘들다.

실제로 북한은 평북 영변 핵시설 근처인 서위리를 비롯해 10여 곳에 비밀 농축시설을 운영하거나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도 6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우라늄 농축은 595∼991m²(180∼300평)의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고 은폐하기 쉽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파키스탄 등에서 가스원심분리기와 설계도, 부품 등을 입수했고 10여 년 전 러시아에서 원심분리기 2000대를 제작할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 150t을 수입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라늄 핵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고농축우라늄(HEU)의 독자적인 생산 능력을 보유해 이를 언제든지 무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된다. 매년 우라늄탄 1기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HEU 20kg을 생산하려면 1000대의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 북한은 매년 우라늄탄 3기를 만들기 위해 원심분리기 3000여 대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플루토늄탄으로 두 차례의 핵실험을 한 북한이 우라늄 농축작업에 주력하는 것은 우라늄탄이 핵 무장력을 유지할 최적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플루토늄탄에 사용되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은 매우 위험하고 까다롭다. 또 대규모 재처리시설에서 작업이 진행돼 한미 정보당국에 노출되기 쉽다. 반면에 우라늄 농축시설은 소규모로 은폐가 가능하고 농축 작업도 비교적 간단하다. 또 플루토늄탄의 기폭장치는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돼 많은 핵실험이 필요하지만 우라늄탄의 기폭장치는 간단해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배치할 수 있다.

북한의 우라늄 핵폭탄 개발엔 1980년대에 건립된 영변 핵시설이 노후해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하는 포석도 깔려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와 핵실험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아끼면서 핵위협을 유지하려면 우라늄탄 제작에 목을 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확보한 40여 kg의 무기급 플루토늄과 함께 우라늄탄용 HEU도 최대한 확보해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혀 향후 대남 대미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다음 벼랑끝 전술의 일환으로 우라늄탄을 이용한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정보소식통은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일련의 강공책을 무시한 미국과 한국에 대한 ‘충격요법’으로 우라늄탄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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