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공세적 거론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8분


남북 적십자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왼쪽)과 북측 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금강산호텔에서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적십자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왼쪽)과 북측 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금강산호텔에서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허찔린 北, 이산상봉 시기-장소 양보

《26∼28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 외에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제기하며 꽤 공세적인 협상에 나섰고 북측도 나름대로 유연한 대응을 보이는 등 남과 북 모두 과거의 회담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1. 南, 인도적 문제해결 3원칙 제시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는 이산가족 교류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등 ‘인도적 문제 해결 3원칙’을 북측에 제시했다. 남측은 특히 북측이 존재 자체를 부인해온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번 회담을 인도적 문제 전반을 해결하자는 의지를 천명하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김영철 남측 수석대표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 원칙을 수차례 북측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남측은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북측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했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사시키라는 지시만을 받고 협상에 나온 북측 대표단은 남측이 자신들의 권한 밖에 있는 추가 의제를 들고 나오자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이산가족 상봉의 시기나 장소 등에서 최대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2.北, 민감한 의제에도 유연히 대응

과거 북측 당국자들은 남측이 민감한 돌출 의제를 내놓으면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곤 했다. 하지만 이번 북측 대표들은 남측의 주장을 경청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최성익 북측 단장은 26일 첫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이번 회담은 이제까지 해온 남북 합의 이행의 첫 단계”라고 말해 북측이 합의문에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 문제를 넣자고 떼를 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런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이산가족 상봉 상시화 진전

북측이 회담 마지막 날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장소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이용하자는 요구를 수락한 것은 향후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 상시화하자는 남측 주장에 한발 다가섰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은 2000년 이후 남측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어쩔 수 없이 진행해 온 측면이 강하다. 이산가족이 만나면 잘사는 남한의 실정이 주민들에게 알려져 체제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상봉 상시화에 반대해 왔고 이번 회담에서도 면회소 이용을 끝까지 주저했다.

4.여론의식 정부 태도에 우려도

남측이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여론 환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북한을 설득해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오히려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이산가족 상봉마저 그르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국자들의 손발이 맞지 않는 장면도 노출됐다. 27일 오후 금강산 현지의 회담 관계자들이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꼭 합의서에 포함시키겠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 이외에 추가 성과를 반드시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고 언론 브리핑을 했다. 이에 서울의 남북회담본부 관계자들이 “이산가족 상봉 성사가 최우선이다. 북측이 당장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며 긴급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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