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문단-玄통일장관 오늘 면담

李대통령 “나라사랑 그 마음, 오래도록 기억”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삼남 홍걸 씨 등 유족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위로한 뒤 조문록에 “나라사랑 그 마음,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이명박”이라고 썼다. 청와대사진기자단

李대통령 예방 가능성… 김정일 메시지 가져온 듯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오전 부인 김윤옥 여사와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과 함께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통령은 헌화 및 분향을 한 뒤 조문록에 ‘나라사랑 그 마음,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썼다.
이 대통령은 이어 국회 본청에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따로 만나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오후 2시 국회광장에서 열리는 김 전 대통령 영결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기 위해 이날 서울에 온 북한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지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비서 등이 22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만날 예정이며 청와대로 이 대통령을 예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비서는 21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해 이희호 여사를 만난 자리에서 배석한 홍양호 통일부 차관에게 “(남측 인사가 누구든) 다 만나겠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김 비서의 이 발언은 남북 당국 간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한 것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가지고 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이날 오후 10시경 숙소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김대중평화센터가 주최한 만찬이 끝난 이후 당국 간 회담 일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오전에 이뤄질 현 장관과 조문단의 면담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 예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예의 차원에서 현 장관이 조문단을 만나는 것으로 했다”며 “조문을 위해 먼 길을 왔는데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와 김 부장 등 북측 조문단 6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 도착해 평양에서 가져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화를 헌화하고 묵념했다. 조화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 김정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조문단 일행은 이날 오후 2시경 고려항공 특별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로 오후 3시경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당국자들이 남한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측은 이번 조문단을 ‘김정일 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특사 조의방문단’으로 규정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