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JP “세월 못이기는 것은 그분이나 나나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李대법원장-韓총리 조문
종교지도자들도 다녀가
최경환 비서관 “일기 곧 공개”


■ 세브란스병원 빈소 표정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서거 이틀째를 맞은 19일 임시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정치계 경제계 종교계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줄을 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이날 빈소를 찾아 헌화를 한 뒤 DJ의 차남 홍업 씨 등에게 악수를 청하며 “사람 일이 다 그런 거 아니겠나. 고생 많았다”고 위로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날 각 부 장관 등 20여 명의 국무위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한 총리는 빈소를 떠나면서 “고인의 장례는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최고의 예우를 갖춰 장의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함께 조문한 뒤 “(이명박 대통령은) 빈소가 자리 잡히고 나면 수석 등과 다 같이 올 것이다.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조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 10여 명도 이날 이곳에서 조문했다. 이용훈 대법원장 등 법조계 인사와 정진석 추기경,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등 종교 지도자, 각국 대사들도 빈소를 다녀갔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그분이나 나나 똑같다. 몸이 안 좋아서 조문은 못 가고, 조용히 명복을 빌겠다.” 김종필(JP)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고 JP의 김상윤 특별보좌역이 전했다.
1926년생으로 DJ보다 두 살 적은 JP는 지난해 말 초기 뇌중풍 증세로 신체 우측이 마비돼 순천향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올해 3월 퇴원해 자택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김 특보는 “지팡이를 짚고도 몇 m밖에 못 갈 정도여서 물리적으로 조문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JP는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97년 10월 DJP연합으로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지만 DJ가 내각제 개헌 약속을 지키지 않자 2001년 결별했다.
○…이날 빈소엔 연예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가수 이선희, 신형원 씨와 탤런트 최불암 씨, 방송인 김미화 씨 등이 다녀갔다. 신 씨는 “생전에 제 노래 ‘터’를 따라 부르시기도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탤런트 최명길 씨도 남편인 김한길 전 의원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서태지 씨는 빈소에 오진 않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문화와 음악을 사랑해 주신 분으로 존경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으로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경환 비서관은 이날 오전 이희호 여사에게서 김 전 대통령이 작성한 일기를 건네받았다며 “일기장을 열어 본 순간 전율을 느꼈다. 양이 상당히 많고 대부분 한자로 돼 있는데 검토를 거쳐 일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일기가 몇 권으로 돼 있느냐는 물음에 분명한 답을 하진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이 별도의 유언이나 유서를 남기지 않은 만큼 입원하기 직전까지 쓴 일기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