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여론69% 장악… 독과점 해소 계기

  •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마주선 미디어법 찬반 집회민주당이 8일 서울 명동 입구에서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면서 서명운동(왼쪽)을 벌이자 보수국민연합,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미디어법 조속시행’ 등의 피켓을 들고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규탄하는 맞불 집회(오른쪽)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마주선 미디어법 찬반 집회
민주당이 8일 서울 명동 입구에서 ‘미디어법 원천무효’를 주장하면서 서명운동(왼쪽)을 벌이자 보수국민연합,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미디어법 조속시행’ 등의 피켓을 들고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규탄하는 맞불 집회(오른쪽)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1] 신문사 참여로 여론 독과점?

■ 민주당 미디어법 장외투쟁… 좌파성향 언론 주장 되풀이

민주당이 지난달 28일부터 미디어관계법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전국에서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세균 대표 등이 미디어법 무효를 외치고 소속 의원과 당원들은 민주당 주장의 핵심을 담은 홍보물을 나눠준다. 하지만 이 홍보물의 주장은 미디어법에 반발해 불법 파업을 주도한 전국언론노조, MBC, 좌파 성향 신문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 주장은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미디어법 시행으로 △메이저 신문이 방송뉴스를 제작하면 여론독과점이 심화되며 △동아 조선 중앙 TV가 ‘땡박(땡 이명박) 뉴스’를 하며 △MBC 등이 메이저 신문과 대기업에 인수될 수 있고 △지역 언론이 고사(枯死)한다는 것이다. 미국 등이 신문 방송 겸영을 금지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메이저 신문이 방송뉴스를 제작하면 여론독과점이 심해지고 여론이 왜곡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홍보 문건에는 “조중동 신문은 안 보면 그만이지만 조중동 방송은 싫어도 보게 됩니다.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한 조중동이 하루 종일 왜곡보도를 틀어댄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하죠”라고 적혀 있다. 언론노조가 7월 15일자로 제작한 문건 ‘언론악법의 실체, 진실과 거짓 58문 58답’에서 “이들(3개 주요 신문)이 신문과 방송보도를 모두 장악하게 되면 여론독과점이 심각해진다”고 주장한 것과 닮았다.

그러나 메이저 신문이 방송뉴스를 만들면 여론 왜곡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현재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송시장에서 독과점을 이루고 있다는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신문 방송 인터넷을 포함한 전체 여론시장에서 지상파 3사의 여론지배력은 지난해 한국언론재단 조사에서 57%, 올해 윤석민 서울대 교수의 조사에서 최고 68.8%에 이르렀다. 3개 메이저 신문의 영향력은 언론재단 조사에선 8.2%, 윤 교수팀의 조사에선 4∼22%였다.

[2] ‘땡박 뉴스’ 등장한다?
5공식 ‘땡전 뉴스’ 시청자가 외면할 것

민주당은 조중동 방송 뉴스를 ‘땡박 뉴스’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대표 반민주·반서민·반통일 수구 언론인 이들이…왜곡 조작보도는 일상사일 테고 오로지 이명박 정권을 칭송하고 소수 특권세력의 비위만 맞추는 ‘땡박 뉴스’에 혈안일 게 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당시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은 집회에서 “조중동이 MBC의 지분을 갖게 되면 정권 홍보방송의 최일선에 MBC가 서게 될 것이고, ‘땡박뉴스’가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5공 시절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가 ‘땡’ 하고 뉴스 시작을 알리는 시보 소리와 함께 ‘전두환 대통령은∼’ 하고 첫머리를 시작했던 ‘땡전 뉴스’를 빗댄 것이다.

하지만 5공 시절 ‘땡전 뉴스’를 내보낸 곳은 당시 KBS MBC 등 정부에 의해 장악된 지상파들이었다. 언론학자들은 미디어관계법 통과로 다양한 매체가 생겨 채널 선택권이 있는 상황에서 방송 뉴스의 일방적 정부 찬양은 시청률 감소로 이어져 방송의 영향력 쇠퇴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 MBC가 재벌의 먹잇감?
지분 10% 제한… 인수 사실상 불가능

MBC KBS2가 민영화돼 재벌에 넘어갈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를 찾기 어렵다. 민주당은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공익을 중시하는 현재의 방송 질서가 무너지고 한나라당의 원한을 사고 있는 MBC나 재정 압박이 예상되는 KBS2가 조중동과 재벌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언론노조가 거리에서 배포한 유인물은 미디어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 같은 재벌과 조중동이 KBS 9시 뉴스와 MBC 뉴스데스크, SBS 8시 뉴스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BC 등이 메이저 신문과 재벌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미디어관계법은 기업과 신문이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현존하는 ‘지상파 3사 독과점 체제’를 인정하는 결과가 됐다. 더구나 지분을 보유만 하되 경영에는 참가할 수 없도록 돼 있어 대기업이 지상파를 지배한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KBS2의 경우 광고를 현행 50% 수준에서 20%로 줄이고 KBS1, EBS와 함께 공영방송으로 묶는 ‘공영방송법’(가칭)을 추진 중이어서 민영화의 가능성이 없다. MBC 민영화에 대해서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직원들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4] 지역언론 위기 부르나?
외부자본 수혈로 경영난 해결 길 열려

정 대표는 2일 대구 홍보전에서 “언론악법이 시행되면 지방언론이 다 죽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지역방송은 문을 닫거나 중앙 방송사의 중계소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가 지난해 12월 낸 문건은 “(미디어법이 통과되면) 중소신문과 지역신문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방송사들은 그동안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체제 아래 오래전부터 경영난을 겪어 왔지만 대기업 등 투자 통로가 법적으로 차단돼 있어 외부 자본 수혈이 어려웠다. 미디어법의 취지 중 하나는 대기업 등의 지역방송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지역신문의 방송 참여 길도 열어주자는 것이다. 지역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SO)가 서로 지분(최대 지분 33%)을 투자하고 협력해 해당 지역의 유료방송과 초고속통신망 사업 등을 통해 수익모델을 창출할 기회도 제공한다.

[5] 미국선 신방겸영 금지?
지역 다르면 이종매체 결합 금지안해

민주당은 ‘미국의 신문방송 겸영 금지’와 관련해 “1975년 이후 동일 미디어 시장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하고 있다. 2007년 12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는 겸영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2008년 5월 미 의회 상원에서 부결돼 무효화됐다”고 주장한다. 이는 MBC 뉴스데스크가 2월 28일 ‘신방 겸영에 대해 미국은 2년에 걸쳐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백지화시켰다’고 보도한 내용과 같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동일지역에서 금지 대상은 지상파뿐이며 신문과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채널은 겸영 제한이 없다는 사실을 누락해 마치 모든 종류의 방송과 신문 겸영이 동일지역 내에서 금지된 것처럼 민주당은 선전하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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