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클린턴 ‘흥미로운 관찰’ 무엇일까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美귀환뒤 “김정일과 광범위한 주제 얘기 나눠”

김위원장 건강-통제력 등 오바마에 보고할 듯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시간 15분의 면담과 2시간의 만찬 등 3시간 15분을 함께 보내고 돌아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보따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오전 로스앤젤레스 인근 공항에 도착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한 뒤 뉴욕 주에 있는 자택으로 갔다. 오후엔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통화했다. 이에 앞서 그는 전세기가 평양을 출발한 직후에도 백악관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조만간 오바마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지만 아직 면담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5일 “미래의 어느 시점에 우리는 (방북 결과를) 논의할 것”이라며 “클린턴이 여행(북한 방문)으로부터 흥미로운 관찰을 했을 것이며 그걸 나에게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관심을 표명했다. ‘인도적 목적의 개인적 미션’임을 강조하는 백악관 방침에 따라 직접 만나는 대신 존스 보좌관 등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방문해 얘기를 듣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일단 현재까지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광범위한 주제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백악관에 알렸다. 특히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으며 한국, 일본의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면 경제적 외교적 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이 워싱턴과 직접 라인을 찾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클린턴 임기 말 성사 직전까지 갔던 북-미 평양 정상회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북-미 관계는 최고 상층부 사이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방식으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간접 제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방북 팀이 보고할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통제력에 대한 분석도 관심사다. 방북단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주치의인 로저 밴드 박사도 동행해 김 위원장을 면밀히 관찰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이 로스앤젤레스까지 직접 마중나간 것도 미 정부의 관심도를 보여준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소학교 여학생 같다”고 험담한 지 이틀 후인 지난달 25일경 방북 제의를 수락했다. 그는 아내에 대한 그런 험담에도 불구하고 평양행을 결심했고, 출국 직전에 백악관으로부터 “김정일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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