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 정몽준이 달라졌다

입력 2009-07-28 02:50수정 2009-09-2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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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입당 20개월만에 차기 당대표 유력 후보로
당내 궂은일 앞장서고
계파 넘나드는 소통 활발
친이 진영서도 긍정 평가
기업오너 이미지 극복 과제

‘13일 중립성향 S의원 만찬, 15일 친이계 C의원 만찬,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만찬….’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식사 일정의 절반가량을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한다. 7월 한 달에만 10차례 이상 한나라당 의원들과 밥을 먹었다. 그는 이달에 열린 지역별 당원운영협의회 주관 국정보고대회에도 6차례 참석했다.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당협위원장들이 부르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간다. 행사 참석 전에는 의원들의 관련 기사를 챙겨보고 연설에서 칭찬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당 안팎에서는 “정몽준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박희태 대표의 10월 재·보궐선거 출마가 유력해지면서 정 최고위원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의원들이 부쩍 늘었다. 박 대표가 출마 전 대표직을 사퇴하고 당 일각에서 요구하는 9월 조기 전당대회가 열리지 않으면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이어받게 된다. 그는 2007년 12월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 입당해 이명박 정부 탄생에 한몫했다. 그리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차점자로 최고위원이 됐다. 하지만 그동안 당내에선 그를 ‘2인자’로 대접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많았다. 27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해밀을 찾는 소망’ 사무실에서 만난 정 최고위원은 “당내 계파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며 “꾸준히 노력했더니 나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으로 양분돼 있는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1년 8개월 동안 당과 자신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무소속 시절 다른 의원들과 거의 교류하지 않던 모습을 떠올리는 의원들은 그의 변신을 ‘놀라운 일’이라고 말한다.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디어관계법을 처리할 때도 그는 본회의장을 누비며 의원들을 지휘했다. 비록 졌지만 4월 재·보선 때는 울산 북 선거구에 출마한 박대동 한나라당 후보를 돕기 위해 목욕탕을 돌며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당내에서 ‘흡족하진 않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의 한 친이계 재선 의원은 “차기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정 최고위원이 계파 이해에 매몰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대표직 승계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박근혜 전 대표에 필적할 수 있는 대항마를 찾고 있는 친이 진영에서 정 최고위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적잖이 달라졌다. 그는 초대받지 않은 친이계 모임에도 찾아가 의원들과 술잔을 나눴다. 친이계 내에서 친이재오계와 친이상득계가 미묘한 대립구도를 형성할 때도 그는 양측과 스스럼없이 소통해 왔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 출신의 당 대표가 한나라당 이미지에 부담을 주지 않겠느냐”는 당 안팎의 인식은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차기 대선의 경쟁자인 박 전 대표에 비하면 지지 기반도 취약하다. 특히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는 떼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전여옥 의원은 “그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당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헌신을 보여줘야 한다”며 “‘정몽준의 미래’는 그가 하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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