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8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세무행정에 관한 전문성 여부와 국세청의 개혁 방향 및 도덕성을 검증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가 본인과 부인 명의로 보유한 부동산 등의 재산 증식 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에게 국세청의 과감한 개혁을 주문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백 후보자가 1998∼2001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와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경기 용인의 땅 등을 매매할 때 다운계약서(부동산을 사고팔 때 실제 매매가격보다 낮게 가격을 신고하는 것)를 작성한 것은 탈세를 위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가 적용되기 전에는 과세표준액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었다”며 “다운계약서는 실거래가보다는 낮았지만 과세표준액보다 높아 위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시중에서는 1998∼2001년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백 후보자를 재테크의 달인(達人)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백 후보자는 “시세 차익을 올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공직후보자로서 송구스럽다”고 해명했다. 또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강부자’는 아니어도 ‘강바람’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용인 땅 차익을 기부할 용의가 없느냐”라고 묻자 백 후보자는 “급작스러운 질문이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백 후보자에 대해 외부 인사가 거대한 국세청 조직을 장악해서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가 있다”면서 “제대로 개혁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국세행정 실무경험도 없고 조세연구 실적도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측근인 백 후보자에게 맡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는 세무조사 개선 방안과 관련해 “현재 대법인은 약 5.9년에 한 번꼴로 조사받는데, 4년이나 5년 단위의 순환주기 조사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세청 조직개편 방안으로 거론돼 온 외부감독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고위직 간부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국세청의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