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다운계약서로 탈세 노린것 아니냐”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가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
“과세표준보다는 높아 합법” 해명
세무조사 주기적 순환 주장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8일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세무행정에 관한 전문성 여부와 국세청의 개혁 방향 및 도덕성을 검증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가 본인과 부인 명의로 보유한 부동산 등의 재산 증식 과정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백 후보자에게 국세청의 과감한 개혁을 주문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백 후보자가 1998∼2001년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와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 경기 용인의 땅 등을 매매할 때 다운계약서(부동산을 사고팔 때 실제 매매가격보다 낮게 가격을 신고하는 것)를 작성한 것은 탈세를 위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가 적용되기 전에는 과세표준액으로 신고하도록 돼 있었다”며 “다운계약서는 실거래가보다는 낮았지만 과세표준액보다 높아 위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의원은 “시중에서는 1998∼2001년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백 후보자를 재테크의 달인(達人)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백 후보자는 “시세 차익을 올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공직후보자로서 송구스럽다”고 해명했다. 또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강부자’는 아니어도 ‘강바람’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용인 땅 차익을 기부할 용의가 없느냐”라고 묻자 백 후보자는 “급작스러운 질문이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백 후보자에 대해 외부 인사가 거대한 국세청 조직을 장악해서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우려가 있다”면서 “제대로 개혁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국세행정 실무경험도 없고 조세연구 실적도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측근인 백 후보자에게 맡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후보자는 세무조사 개선 방안과 관련해 “현재 대법인은 약 5.9년에 한 번꼴로 조사받는데, 4년이나 5년 단위의 순환주기 조사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세청 조직개편 방안으로 거론돼 온 외부감독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고위직 간부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국세청의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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