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대세습 불안 상황, 南엔 위기이자 기회”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獨 통일조약 체결 참여 아레츠 튀링겐재건은행 총재

“20년 전 동독 정부는 100년 뒤에도 베를린 장벽이 여전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동독 주민들은 서독의 개방과 자유, 풍요한 삶의 질을 동경했고 이로 인해 서독으로의 ‘흡수 효과’가 일어났습니다. 동독인들은 자유를 위한 투쟁에 나서 성공했습니다.”

1989년 11월 동독인들은 베를린 장벽을 부수고 서독과의 흡수통일을 택했다. 20년 전 서독의 동서독부 실무팀장으로서 통일조약 체결과정에 참여했던 위르겐 아레츠 독일 튀링겐재건은행 총재(사진)는 23일 기자와 만나 “분명한 것은 정부가 자유를 갈망하는 국민을 영원히 억누를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 아데나워재단과 한국 평화재단이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독일 통일 20년을 돌아보고 통일코리아를 내다본다’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 참석차 방한한 아레츠 총재는 독일이 통일에 성공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접촉에 의한 변화’라는 서독 정부의 일관된 정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독은 접촉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래서 동독 정부를 약화시키고 동독 주민들을 강화했습니다. 서독은 비공개로 국경지역의 동독 군사시설을 철수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했습니다. 그러나 동독의 자존심을 해치지 않도록 비밀을 지켰습니다. 그렇게 동독 정부의 입지를 줄였고 동독인들은 시위로 보답했습니다.”

아레츠 총재는 최근 북한의 2차 핵실험 등에 대한 유럽 사람들의 우려를 전하면서 “유럽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를 걱정하고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 한반도와 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대 세습’ 등으로 내부가 불안정한 북한의 상황이 북한의 변화를 위한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변화에는 기회가 동반됩니다. 옛 소련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후 유럽의 거대한 변화는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의 권력승계도 많은 변화를 수반할 것이고 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기존 지도부가 자신의 권력 상실을 우려할 수도 있습니다.”

아레츠 총재는 “분단된 40여 년 동안 두 나라에는 엄청난 심리적 사회적 사상적 물질적 차이가 발생했고 통일 후에도 이를 극복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며 “한국도 북한의 현재 상태를 잘 알기 위해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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