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4계 사진집-루스벨트 책 교환… 선물도 ‘실용’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16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고받은 선물은 책이었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선물이 오갔던 과거 정상회담과 달리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두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저서인 ‘루킹 포워드(Looking Forward)’와 ‘온 아워 웨이(On Our Way)’ 두 권. ‘루킹 포워드’(1933년 출간)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정책을, ‘온 아워 웨이’(1934년)는 루스벨트 전 대통령 취임 후 100일간의 성과를 다룬 책이다.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백악관 측은 이명박 정부가 경제 살리기와 함께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 등 녹색성장 정책이 대공황 시대에 미국을 살린 뉴딜정책과 맥이 닿아 있어 이 책을 선물로 선정했다고 소개했다”며 “책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메모와 함께 특별 제작된 가죽 박스에 담겨 대통령 인장으로 봉인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김윤옥 여사에게 진주 다이아몬드 머리핀을 선물했다. 1900년경 미국 미시시피 강에서 수확된 자연 진주를 가공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건넨 선물은 국내 유명 사진작가 배병우 씨가 촬영한 한국 사계절을 담은 사진집이다. 미셸 여사에게는 온백자도화문(溫白磁桃花紋) 그릇 세트를 선물했다. 김 부대변인은 “온백자도화문은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 때 사용됐던 것과 같은 모양의 식기로 표면에 나쁜 기운을 멀리하고 행운을 주는 의미가 담긴 붉은 복숭아꽃 문양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내외는 오바마 대통령의 첫째 딸 말리아에게는 나비와 꽃문양이 새겨진 자개보석함을, 둘째 딸 사샤에게는 전통 한복을 입은 테디 베어 인형을 줬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모시고 사는 장모 로빈슨 여사에게는 홍삼 절편을 선물했다. 정상 간의 선물은 이날 오전 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의 숙소인 블레어하우스에서 간접 교환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정상회담 선물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3월 초 미영 정상회담 때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9세기 말 아프리카 노예들을 구조하는 임무를 수행했던 영국 해군 함정 HMS 가넷의 오크 목재로 만든 펜 받침대 등 정성과 상징성이 가득한 선물들을 가져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직원이 인근 음반판매점에서 29달러를 주고 산 미국 영화 DVD 컬렉션만 준비했다. 더구나 DVD는 나라마다 플레이어 코드가 달라 영국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은 “오바마 대통령은 ‘공직자가 받는 일정 액수 이상의 선물은 어차피 국가에 귀속되며, 정상 간의 우의는 실제 회담 콘텐츠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므로 선물 같은 겉치레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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