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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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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이상득 불출마’ ‘권력 사유화’ 논쟁 불지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사진)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도부 사퇴를 둘러싼 ‘쇄신파동’을 주도하고 있다. 정 의원은 작년 총선 직전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던 ‘55인 반란’에 나섰고, 같은 해 6월 이 의원과 측근들을 겨냥한 ‘권력 사유화’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번 쇄신 파동이 ‘3차 정두언의 난(亂)’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정작 자신은 “김용태 의원 등 초선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내에선 그가 쇄신의 밑그림을 그리는 조율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정 의원은 5일에도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했던 이재오계 ‘7인 성명’ 의원들을 규합해 대책을 논의했다.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과도 만났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쇄신특별위원회, 민본21 등과 힘을 모아 일요일까지 박희태 대표 사퇴를 압박하겠다”면서 “이게 수용되지 않으면 다음 주에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연판장을 돌리거나 천막농성을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제 우리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말했다.
이번 쇄신운동은 현 지도부로는 위기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속내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라는 얘기가 많다. 지도부 사퇴는 이 의원이 만들어 놓은 권력지형을 재편하고 새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친박(친박근혜)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듯하다. 정 의원은 “친이(친이명박)와 친박 간의 갈등은 치유가 불가능하다”며 “이참에 친이 친박이라는 양자대립 구도를 쇄신 대 반(反)쇄신 대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계가 지도부를 감싸고도는 것은 지금과 같은 ‘적대적 동거’를 연장하면서 당을 고사(枯死)시킨 뒤 ‘땡 처리’를 통해 접수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상득 의원은 3일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겉으로는 정 의원이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4일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지도부 사퇴 주장이 관철되지 못해 정 의원 측 입지가 좁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득 의원이 2선 후퇴를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 의원의 주장에 마뜩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연찬회에서 지도부 사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의원이 20명 안팎에 그쳤다는 점도 이 같은 정황을 보여준다.
정 의원은 “이번 쇄신운동에 참여하는 바람에 이제 장관도 못하게 됐다. 내가 그런 자리를 요구하면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고 있다. 배수진을 치고 싸움에 나섰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