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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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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해 북한 자금을 동결했던 스튜어트 레비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4일 한국 정부와 금융계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인 ‘슈퍼노트’의 제작 및 유통 차단과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공조하기로 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미 정부 대표단으로 방한한 레비 차관은 4일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 이광주 한국은행 부총재보,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등을 잇달아 만나 이 같은 방안을 협의했다.
허 차관은 레비 차관과 면담한 뒤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 관련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자금세탁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등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제재의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진 않았지만 북한의 위폐 제작이나 불법적인 자금 흐름을 제재한다는 큰 틀에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계에선 북한이 외국 금융회사에 예치한 자금을 동결하는 ‘제2의 BDA 사태’가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국이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외국 금융회사를 자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면 해당 금융회사에 예치된 북한 관련 자금이 묶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북한과의 자금 거래를 꺼릴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핵실험 자금 등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국은 국내에서 제3국 금융회사를 경유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자금을 통제하는 식의 제재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레비 차관은 대북 금융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국 간 공조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표단은 5일 동북아시아 순방의 핵심 국가인 중국을 방문한다.
한편 필립 크롤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3일(현지 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 공화당 의원들이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한 국가를 테러지원국가로 지정하려면 법적 충족 요건이 있다”며 “현재까지 우리가 본 바로는 (북한이) 그러한 요건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