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대통령 서거]검찰 스케치

  • 입력 2009년 5월 23일 11시 34분


23일 오전 6시 50분 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해 오던 검찰과 지휘 부서인 법무부는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이날 오전 10시 경 노 전 대통령이 유서를 남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법무부와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웠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이날 의정부지검에서 예정돼 있던 공식 일정을 취소한 뒤 오전 8시 반 경 법무부 간부들을 모두 긴급 소집했다. 임채진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10시 50분 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 청사로 서둘러 출근했으며, 대검 간부들과 수사팀 관계자들도 속속 대검 청사에 도착했다. 임 총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은 갑작스런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는 소식에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진위를 확인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검 간부들과 수사팀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며 노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서거 경위 확인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위부터 확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만 전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수사를 해 오고 있었으며 조만간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조사한 뒤 이달 말 경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기 검찰 수사는 사실상 이날로 종결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일단 피의자인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게 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앞으로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뿐만 아니라 수사 상황 전반에 미칠 파장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