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9일 ‘대변인 담화’에서 제성호 북한인권대사(중앙대 법대 교수)와 허철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이 최근 미국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을 들어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전면부정이자 전면도전”이라며 “우리를 공공연히 중상모독하고 노골적으로 부정해 나선 조건에서 북남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이명박 정부를 적시하며 “단호하고 무자비한 징벌로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부는 이번 조평통 담화가 남북 당국 간 개성공단 2차 접촉을 거부하겠다는 의사 표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조평통은 총국보다 상위 기관이고 이번 담화가 인권이라는 광범위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개성공단 접촉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재 개성공단 추가 접촉을 위한 남북 간 협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담화는 2차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 A 씨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원칙을 미리 밝힌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한국 정부가 A 씨 문제를 ‘개성공단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여러 번 강조했기 때문에 북한도 추가 접촉에서 남측이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을 알고 남측의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차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은 궁극적으로 개성공단 임금 인상 등의 요구와 A 씨 문제 해결을 연계할 것인 만큼 이번 담화는 2차 남북 간 접촉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사전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