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통 “북남대화는 논의할 여지도 없다”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김정일 中 접경지역 공장 시찰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중국과 접경 지역인 자강도의 희천공작기계종합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일 中 접경지역 공장 시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중국과 접경 지역인 자강도의 희천공작기계종합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불만 가득한 北북한이 올해 들어 잇단 대남 위협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한 북한군 병사가 남측 경비를 맡고 있는 미군 병사들을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북한 군인들은 이날 JSA를 방문한 벨기에 필리프 왕세자 일행에게 관심을 보였다. 판문점=전영한 기자
불만 가득한 北
북한이 올해 들어 잇단 대남 위협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한 북한군 병사가 남측 경비를 맡고 있는 미군 병사들을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다. 북한 군인들은 이날 JSA를 방문한 벨기에 필리프 왕세자 일행에게 관심을 보였다. 판문점=전영한 기자
북한 조선노동당이 “북남 사이의 대화는 논의할 여지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특히 북한은 개성공단에 억류된 현대아산 근로자 A 씨 문제를 언급하며 ‘남북대화 불가’를 주장했다. 이르면 이번 주 개성공단에서 남북 정부 당국 간 두 번째 접촉이 열릴 예정인 미묘한 시점에서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북한의 의도가 주목된다.

노동당 산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9일 ‘대변인 담화’에서 제성호 북한인권대사(중앙대 법대 교수)와 허철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이 최근 미국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을 들어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대한 전면부정이자 전면도전”이라며 “우리를 공공연히 중상모독하고 노골적으로 부정해 나선 조건에서 북남 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이명박 정부를 적시하며 “단호하고 무자비한 징벌로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위협했다.

조평통은 이명박 정부에 대해 “‘평화외교기획단장’이라는 자를 미국에 보내 ‘북 인권’과 ‘탈북자문제’, ‘현대아산직원 억류문제’에 대한 협조를 상전에 요청하는 추태를 부렸다”며 A 씨 문제를 언급했다. 1일 개성공단 북측 담당기관인 조선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이 “(A 씨에 대해) 해당 기관에서 현재 조사를 심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북한의 최고지도기관인 노동당의 산하 기구가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번 조평통 담화가 남북 당국 간 개성공단 2차 접촉을 거부하겠다는 의사 표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조평통은 총국보다 상위 기관이고 이번 담화가 인권이라는 광범위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개성공단 접촉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재 개성공단 추가 접촉을 위한 남북 간 협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담화는 2차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 A 씨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원칙을 미리 밝힌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한국 정부가 A 씨 문제를 ‘개성공단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여러 번 강조했기 때문에 북한도 추가 접촉에서 남측이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을 알고 남측의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차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은 궁극적으로 개성공단 임금 인상 등의 요구와 A 씨 문제 해결을 연계할 것인 만큼 이번 담화는 2차 남북 간 접촉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사전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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