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확인된 ‘박근혜의 위력’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8분


한나라 농성의원들 격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왼쪽)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바닥에 앉아 전날 밤샘 농성을 벌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한나라 농성의원들 격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왼쪽)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바닥에 앉아 전날 밤샘 농성을 벌인 한나라당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미디어법 처리시기 못박는 것 정도는 野가 양보를”

그 말처럼 ‘꼬인 협상’ 풀려

“(미디어 관계법의 국회 처리) 시기를 못 박는 것 정도는 야당이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을 민주당이 그대로 수용했다.

미디어 관계법을 놓고 여야간 전운이 최고조에 이르던 2일 박 전 대표는 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후 미디어 관계법의 처리 시기와 방법을 못 박는 양보안을 내놓으며 한 발 물러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45분경 국회 본청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당 소속 의원들을 격려차 찾았다.

지난달 초 그는 “쟁점법안일수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 여당에서 추진 중인 중점법안의 처리에 제동을 건 바 있다. 그러나 이날은 사뭇 달랐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그동안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상당히 많은 양보를 했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쟁점법안 처리 시기와 방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리 준비해온 듯 길게 말을 이어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새벽 김형오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상당히 고심해 내셨고, 다만 문제는 (미디어 관계법 처리)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이라며 “시기를 못 박지 않고 무한정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디어 관계법의 처리 시기가 명시되지 않아 한나라당이 불안해하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야당이 그 정도는 합의해 줄 수 있지 않느냐”며 “이것마저 야당이 거부하면 다른 생각이 있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또 “이제 야당도 대안을 가져와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막판 밀고 당기기 협상을 벌이던 여당 지도부와 김 의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미디어 관계법 처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박 전 대표가 방향을 전환하면서 여권의 단합에 일조하고 야당에는 상당한 압박을 가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한나라당 주류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지원 발언’에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 대표로서 당연히 할 일은 한 것인데, 너무 과하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도 나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동아닷컴 이철, 정주희 기자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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