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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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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선 ‘원로 챙기기’ 시각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일 오극렬 조선노동당 작전부장(78·사진)을 신임 국방위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위원장과 당 중앙군사위원장 명의의 결정문을 통해 “오극렬 동지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임명했다”고 전했다.
신임 오 부위원장은 공군 출신으로 1979년 인민군 총참모장을 거쳐 1989년부터 대남 간첩 파견 등을 전담하는 당 작전부장으로 일했다. 통신은 그가 작전부장을 겸직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오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졌다. 그는 1987년 오진우 인민무력부장과 군내 개혁 문제로 갈등을 빚어 한때 좌천됐지만 당시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였던 김 위원장의 보호로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1931년 중국에서 태어나 만경대혁명학원을 거쳤고 옛 소련의 프룬제군사대학에서 유학했다. 1990년대 초 김 위원장이 군을 장악하기 위해 이 대학 출신 군 간부들을 무차별 숙청했던 이른바 ‘프룬제아카데미 사건’ 때도 무사했다.
오 부위원장의 아버지는 김일성 항일투쟁에 참여했다. 또 북한이 모범적인 군대로 선전하는 ‘오중흡 7연대 쟁취운동’의 주인공인 오중흡이 그의 당숙으로 알려져 출신 성분도 최고급이다.
그는 이른바 ‘오씨 가문’의 대표로 김 위원장이 주최하는 비밀 측근 파티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막역한 사이라는 증언도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날 인사를 후계구도와 연관지어 의미를 부여하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 지명을 앞두고 11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이영호 총참모장을 임명한 데 이어 믿을 만한 측근을 권력 핵심기구의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한 당국자는 “오 부위원장이 이미 70대 후반의 고령인 점에 비춰 볼 때 다른 국방위 수뇌부 인사들의 경우처럼 나이 든 측근에 대한 배려의 성격이 강하다”며 “국방위 강화 등의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다음 달 8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군 수뇌부에 대한 잇단 인사를 단행하고 있어 북한 권력 엘리트의 ‘자리 바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인민무력부장에서 물러난 김일철 인민군 차수는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에 한 단계 강등 임명됐다. 김 차수와 함께 총참모장직에서 물러난 김격식 인민군 대장의 거취는 알려지지 않았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