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방향 좋지만 추진속도는 기대 못미쳐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장학지원 확충 등 교육복지 방향-속도 최고

영어공교육 최저… 고교다양화도 낮은 평가

이명박 정부가 교육 분야에서 1년간 걸어온 길에 대한 교육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양호했다. 당초 정부가 내놓았던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비교적 후한 평가가 나온 데 반해 이를 실제 추진하는 속도에 대해서는 ‘보통 수준’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처음 제시했던 비전과 비교할 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의 정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 방향 좋지만 실적 미흡

교육 관련 전문기관 수장과 교육학자 등 교육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6개 항목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정책의 방향성에는 평균 4.09점(5점 만점)으로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정책 추진 속도에 대해서는 항목별로 2.83∼3.48점에 그쳐 평균 3.13점에 머물렀다.

고교 다양화 정책, 교원능력평가제, 교육 분권화 및 자율화, 대입 자율화, 교육 복지 확대, 영어 공교육 강화 등 6개 항목 가운데 정책 방향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교육 복지 확대였다.

‘가난해서 공부를 못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슬로건 아래 정부는 한국장학재단 설립과 맞춤형 국가장학지원 확충 등을 공언했었다. 이 같은 정책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4.43점으로 매우 높았다. 20명 가운데 12명이 5점 만점을 줬다. 이 정책의 추진 속도에 대한 평가도 6개 항목 중에 가장 높은 3.48점이었다.

다음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정책은 교원능력평가제 도입(4.25점)과 초중등 교육 분권화 및 고등교육 규제 완화(4.2점)였다. 교원능력평가제와 관련한 정책 방향에는 절반이 넘는 11명이 방향이 ‘매우 좋다’(5점)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 정책의 추진 속도에 대한 평가는 각각 3.10점과 3.05점으로 정책 방향과 속도의 괴리(1.15점)가 컸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해야 할 방향은 잘 잡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서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면서 “현장 이야기를 안 듣는다는 말도 있지만 현장이 변하기 싫어서 하는 소리도 있는 만큼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영어 공교육 방향, ‘보통 이하’가 절반

영어 공교육 강화와 고교 다양화처럼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항목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책 방향 면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으로 3.6점을 받았다. 응답자 가운데 7명이 3점, 3명이 2점을 매겨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보통 이하라는 평가가 절반에 달했다. 이 정책과 관련해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항으로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과 초등학교 영어수업 확대 등이 있다. 기숙형 공립고,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등 다양한 고교를 만들어서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고교 다양화 300정책 역시 3.95점으로 ‘좋음’(4점)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는 10년간 유지된 평준화 기조가 갑자기 수월성 기조로 뒤바뀌면서 각자의 이념에 따라 정책 평가가 크게 엇갈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교육학)는 “교육 정책이 과거 정부의 정책에서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잡음이 생겨 교육정책이 실속 있게 추진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도 상이한 평가와 잡음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객관적인 정보와 증거를 제시해야 정책을 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주춤한 대입 자율화 추진속도 2.8점 ‘최하’▼

이번 설문에서 조사한 6개 교육 정책 가운데 유일하게 당초 정부 구상에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대입 자율화 부문이다.

정부는 당초 3단계에 걸쳐 대학 입시를 자율화한 뒤 2012년 이후에는 완전 자율화한다는 액션 플랜을 내놓았다. 100대 국정과제 목록에서는 대입 3단계 자율화 시점을 2012년 하반기로 명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사립대가 본고사 논란을 일으키는 입시안을 성급하게 내놓으면서 정부는 대입 자율화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대입 자율화의 방향은 좋은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다. 오히려 지금보다 대입 자율화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

입시 관련 업무와 권한을 교과부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로 넘기는 대입 자율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평균 4.1점으로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정책 추진 속도에 대한 평가에서는 2.83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가 나왔다. 설문 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보통(3점)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설문 참여 교육 전문가 20명 (가나다순) ▼

강상진 교육학·연세대 교수 강태중 교육학·중앙대 교수 공정택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서울시교육감곽병선 한국교육학회장, 경인여대 학장 권대봉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교육학·고려대 교수 김성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교육학·경남대 교수 문용린 교육학·서울대 교수 문흥안 전국입학처장협의회장, 법학·건국대 교수 박승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백순근 교육학·서울대 교수 손병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서강대 총장 송기창 교육학·숙명여대 교수 신현석 교육학·고려대 교수 윤정일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 교육학·전 서울대 교수 이원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진동섭 한국교육개발원장, 교육학·서울대 교수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 한준상 교육학·연세대 교수 홍후조 교육학·고려대 교수 황규호 교육학·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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