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박근혜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 했지만…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 이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이윤성 국회부의장(왼쪽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 이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이윤성 국회부의장(왼쪽부터). 청와대사진기자단
李대통령 “黨에 힘이 없으면 되는게 없어”

朴전대표 “쟁점법안 정부-국민간 괴리 커”

초 2개 꽂고 ‘박근혜 생일’ 축하노래 불러

끝날무렵 1~2분간 단둘이 얘기 나누기도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났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 의원들의 오찬 자리에서다. 두 사람이 청와대에서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10일 단독 회동 후 8개월 20여 일 만이다.

오전 11시 48분 청와대 상춘재 오찬장 옆 환담장.

이 대통령이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며 입장했다. 이어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여전히 빨간 넥타이네”라고 말을 건넨 뒤 박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오늘 날짜를 맞춘 것 같다”며 생일을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 도중에도 박 전 대표를 보며 “몰랐는데 박 전 대표가 생신이라고 들었다. 오늘 아주 잘됐다”고 했다.

그는 “우리 당이 수가 많고 화합은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게 화합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며 “중진들이 중심이 돼 금년 1년 힘을 잘 모아주면 정부가 열심히 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당에 힘이 없으면 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오찬은 박 전 대표 생일 케이크 자르기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렀다.

축하 노래를 하던 중 ‘사랑하는 우리 박근혜’ 대목에서 ‘박근혜’라고 직접 부르기가 어색해 웅얼거린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케이크에는 초가 두 개 꽂혔다. 청와대 비서진이 “스무 살처럼 젊게 사시라는 취지”라고 하자, 박 전 대표는 “200살이라는 뜻이죠?”라고 했고, 이 대통령은 “200살까지 살라는 얘기다”라고 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대화 시간에서 박희태 대표는 “다난흥방(多難興邦)이라고 했다. 어려움이 많을수록 나라가 흥할 수 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합심 노력해 나라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홍사덕 의원은 “지하벙커 ‘워룸’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이 하루빨리 그곳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덕담을 했다.

오찬 후반에는 ‘친박계(친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말이 관심을 끌었다.

그는 미국 금융기관 책임자들과 만나 느낀 실물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거론한 뒤 “고통을 분담하는 사회통합 분위기가 돼야 한다. 대통령 혼자 고생하는 것 같은데 그 고생을 분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 내부의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달라. 또 국민에게 눈물로 호소하고 야당 대표들도 만나 설득하시라”며 “역할을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다. 당정 협의도 자주 하고 박 전 대표와도 더 자주 만나 말씀을 나누시라”고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회동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2월 국회가 시작되는데 쟁점 법안들은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쟁점 법안은 정부 야당 국민 간 관점의 괴리가 크다. 당과 정부가 긴밀히 협조하고 보완책을 만들어 경제도 살아나고 법안들도 잘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쟁점 법안 ‘속도전’에 이견을 표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별도의 독대는 없었다. 다만 오찬을 마무리하며 창가에서 두 사람이 1, 2분 얘기를 나눴으나 발언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회동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한 참석자는 “솔직한 얘기들도 나왔지만 이번 회동으로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조금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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