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도개혁’→‘새로운 진보’

  • 입력 2008년 12월 22일 02시 58분


새 노선 초안 최고委에 보고

대선 패배 후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치열한 내부 논의를 진행해 온 민주당이 기존의 ‘중도개혁’ 노선을 폐기하고 ‘새로운 진보’ 노선으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당의 좌표 설정작업을 맡은 뉴민주당비전위원회는 최근 ‘뉴 민주당 선언’ 초안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으며 당내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고 21일 당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비전위는 우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지난 정부는 부동산 가격 폭등, 사교육 팽창 등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양극화를 되레 심화시켰으며 17대 대선과 18대 총선 패배는 이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는 것.

이를 바탕으로 비전위는 민주당의 노선을 현재 당 강령에 규정된 ‘중도개혁주의’에서 ‘새로운 진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중도’는 뚜렷한 가치 지향을 담고 있지 않고 ‘개혁’은 열린우리당 시절 ‘개혁 대 실용’ 논쟁을 재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대신 한나라당과 차별화하고 선명한 대안야당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진보’라는 용어를 택했다.

김효석 비전위원장은 “전통적 진보의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이데올로기에 갇히지 않고 민생 중심의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전위는 당의 비전을 ‘중산층과 서민이 도약하는 민생제일주의 경제’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모두를 위한 번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며 ‘성장’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분배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

하지만 ‘뉴 민주당 선언’을 두고 벌써부터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당원 대토론회 등을 거쳐 내년 1월 말 ‘뉴 민주당 선언’ 내용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