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63주년 기념일에도 김정일은 없었다

  • 입력 2008년 10월 11일 02시 56분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김일성 주석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평양 주민들이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김일성 주석 동상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활동 중단 57일째

김정일 담화 방송하며 3년전 행사화면 내보내

뇌출혈로 쓰러진 뒤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창건 63주년 기념일인 10일에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은둔은 8월 14일 이후 57일째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직후인 87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언론매체는 이날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그가 참석한 2005년 당 창건 60주년 기념행사를 재방송하고 김 위원장 없이 진행된 기념행사 소식을 보도했다.

특히 조선중앙방송(라디오)은 이날 오후 9시부터, 조선중앙TV는 오후 9시 반부터 각각 50분 동안 김 위원장이 지난달 5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에 내린 담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불패의 위력을 지닌 주체의 사회주의 국가이다’를 특별 방송했다. 이에 앞서 방송은 두 차례 이 프로그램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담화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방침과 태도는 북과 남의 화합과 대결,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며 “누구나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지지하고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북한 언론이 날짜가 지난 김 위원장의 담화 전문을 내보내면서 사전에 이를 별도의 뉴스를 통해 예고까지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그의 건강이상설 확산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순환계 질환 후 회복 중’이라는 첩보 수준에서 더 밝혀진 것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66세에 ‘중풍’이 왔으며 혈관계 질환에 신장 질환과 당뇨 등 합병증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의 건강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보 당국자들과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내에는 등장하기 어렵다” “내년 봄 2월 16일 67회 생일에나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등의 관측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김 위원장의 장기 은둔이 미국과의 핵 협상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가 마무리된 뒤 모양새를 갖춰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