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 대한민국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연합뉴스
국회 임기시작 30일째… 개원도 못하고 민생 팔짱

내각 전원사의 20일째… 정부 업무도 의욕도 ‘공백’

도심 불법시위 한달째…‘밤마다 무법천지’ 일상화

촛불시위가 불법 폭력으로 변질되고 정부가 법에 따른 대응을 제대로 못함에 따라 국정 전반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수렴해야 할 국회는 문조차 열지 않아 국정 혼란이 언제 수습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 개원도 못한 직무유기 국회

18대 국회는 지난달 30일 임기를 시작했지만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시청 앞 광장과 세종로 사거리가 두 달째 폭력에 유린당하고 경찰과 기자가 시위대에 폭행당하는데도 팔짱만 낀 채 방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의 존재가치, 대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국회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법에 정한 개원 날짜(임기 개시 7일째·6월 5일)를 스스로 어긴 국회의원 중 일부는 국회를 등지고 불법 시위현장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기고 있는 고유가 및 원자재 대란, 민주노총의 파업 등이 겹쳐 서민 가계가 위기에 몰리자 정부 여당이 서둘러 민생 대책을 내놓았지만, 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할 국회가 한 달째 ‘파업’하는 바람에 민생 대책은 공무원의 서랍 속에서 잠자는 신세다.

정치권 관계자는 27일 “국회의원들은 놀면서도 월급을 받지만 정말로 생계가 급한 서민층은 국회의원들 때문에 혜택을 못 받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업무도 정지된 상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국회 방문(7월 4일), 제헌 60주년 기념식(7월 17일) 등 주요 행사가 무산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레바논 평화유지군의 파견 연장이나 내년도 국회 예산안 제출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 불안정한 식물 내각

정부는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지 20일이 다 돼가면서 업무 공백 상태에 빠졌다.

장관 교체가 확실시되는 부처는 거의 일손을 놓고 있다. 교체가 불확실한 부처는 청와대와 정치권의 기류에만 귀를 댄 채 ‘납작 엎드린’ 형국이다.

총리실에서는 7월 말로 계획했던 아프리카 자원외교 준비가 사실상 중단됐다. 농림수산식품부나 보건복지가족부 공무원들은 “결재를 올려야 할지, 새 장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라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경제 부처는 고유가, 고환율에 국제 금융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회생 정책’을 낼 의욕도 자신감도 잃었다. 그나마 추진 중인 고유가 대책 외에는 부처별로 시급히 조율해야 할 사안들도 미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위 간부는 당장 자신의 거취에, 중하위 공무원들은 후속 인사에 따른 자리 이동에만 관심을 쏟는 상황”이라며 “빨리 국정의 리더십을 되찾고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 도심 마비 일상화

지난달 2일 처음 시작된 촛불집회는 일부 시위대의 폭력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도로 점거와 전경차 파손, 경찰 폭행 등 불법 양상이 매일 저녁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각종 문화행사는 줄줄이 취소됐고 시민들이 세종로 일대로 향하는 발길을 끊으면서 지역 상인들의 경제적 타격도 심각해졌다.

매일 오후 7시만 되면 세종로와 신문로, 사직로 등 주요 도로의 교통이 차단되면서 택시와 버스 등 ‘시민의 발’이 먼 길을 우회 운행하는 탓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배태호·이성환 동아일보 PD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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