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KBS 지켜준다는 광고는 협회 독단”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편파보도 중단” vs “공영방송 사수” “KBS 편파보도 중단” 대 “KBS 공영방송 사수” 고엽제전우회 소속 회원들은 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모여 KBS의 편파보도와 정연주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사진 왼쪽). 반면 KBS 특별감사 반대와 공영방송 사수를 주장하는 포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 누리꾼과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16일 오후 6시 같은 곳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홍진환 기자·전영한 기자
“편파보도 중단” vs “공영방송 사수” “KBS 편파보도 중단” 대 “KBS 공영방송 사수” 고엽제전우회 소속 회원들은 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 모여 KBS의 편파보도와 정연주 사장 퇴진을 촉구했다(사진 왼쪽). 반면 KBS 특별감사 반대와 공영방송 사수를 주장하는 포털 다음의 아고라 토론방 누리꾼과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16일 오후 6시 같은 곳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홍진환 기자·전영한 기자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 PD들의 친목단체인 PD협회가 특정 정파에 편향되고 집행부 소수에 의해 독선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확산되는 가운데 18일 KBS ‘PD협회 정상화 추진 협의회’를 결성한 오진규 PD와 MBC PD협회를 탈퇴한 정수채 PD를 19일 인터뷰했다. 이들은 “PD협회가 정치적 편향성을 띠고 있다”고 비판하며 각 사 PD협회의 운영 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 ‘정상화 협의회’ 오진규PD

“PD협회는 기본적으로 친목단체인데 현 집행부가 사회적 이슈마다 정치적 편파성을 갖고 관여해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KBS PD협회의 편파성과 독선을 지적하며 결성한 ‘PD협회 정상화 추진 협의회’ 대표 오진규 PD는 “PD협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협회원의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 결성 계기는….

“일부 PD가 최근 PD협회의 편파성을 사내 인터넷 게시판(코비스)을 통해 꾸준히 비판해왔다. 그런데 한 PD협회 간부가 코비스에 ‘PD협회를 비판하는 글을 분석하고 IP 주소를 추적해 보니 이것이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겉으로 말은 안 하지만 PD협회의 현재 모습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PD협회 간부의 글을 계기로 그동안 협회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사람들이 모였고 ‘협회 집행부를 각성시키기 위해선 개별적으로 글을 올리는 대신 공동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 결성은 협회에 대한 마지막 경고라고 할 수 있다.”

―PD협회의 어떤 점이 문제가 있다고 보나.

“PD협회가 11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촛불이 KBS를 지켜줄 것’이라는 광고를 낼 때 전체 회원의 뜻을 무시한 채 강행했다. 광고 내기 전 협회 집행부와 만나 광고 게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자 ‘광고를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신중하게 하겠다’고 얘기했으나 사전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광고를 냈다. 이처럼 독선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PD협회의 협회비 사용 명세 공개도 요구했는데….

“촛불 광고를 505명의 PD가 낸 성금으로 게재했다고 하는 PD협회의 설명에도 의문이 든다. 신문 광고 등을 내겠다고 한 제안이 PD협회 총회에서 나온 게 5월 말인데 광고를 내기 전날인 6월 10일까지 505명이 돈을 내고 이것을 모아 광고비로 쓰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협회비 일부를 광고비로 전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협회비 사용 명세 공개를 요구했다.”

―최근 KBS 본관 앞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에 PD협회가 역할을 했다고 보나.

“촛불집회에 PD협회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연주 사수’ 등을 외치도록 한 점도 비판받아야 한다.”

―PD들의 호응이 있는지….

“오늘 하루 동안 50여 명의 PD가 협의회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으로 활동계획은….

“PD협회는 특정 정파나 사회단체와 연계된 활동에 신중해야 한다. 일단 협회비 사용 명세 공개와 내부 분열을 심화시키는 집행부 퇴진 등을 내걸었다.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다음 주부터 협회비 납부 거부와 서명 운동을 벌일 것이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PD협회 집행부와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오 PD는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 등을 제작한 예능PD 출신으로 현재 심의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盧정부 5년간 언론탄압에는 침묵하더니…” ▼

■ 협회 탈퇴 MBC 정수채PD

MBC 정수채 PD는 인터뷰에서 “PD협회의 정치적 이념과 성향의 편파성이 문제이며 제작 PD로서 순수성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PD협회를 탈퇴하게 된 계기는….

“예전부터 PD협회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무현 정부가 기자실에 대못질을 하고 언론 탄압을 했을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들이 이제 와서 촛불집회를 하는 사람들에게 공영방송을 지켜달라고 한다. 5년간 침묵하던 사람들이 그래선 안 된다.”

―어떤 점이 문제였다고 보는가.

“지난해 8월 PD연합회(각 방송사 PD협회 모임) 창립 20주년 행사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와 축사를 하며 (변양균, 신정아 사건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을 추고 있다’고 말할 때 참석한 PD들이 한 시간 동안이나 듣고 있었다. 기자들은 등을 돌리는데 PD연합회가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은 수치였다고 생각한다.”

―탈퇴에 동참할 사람들이 있나.

“(나는) 한 명의 PD 자격으로 탈퇴했지만 앞으로 PD협회를 탈퇴하겠다는 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KBS 본관 앞에서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는데….

“(KBS PD협회가) ‘촛불이 KBS를 지켜 줄 것’이란 광고를 낸 것에 화가 난다. 정연주 사장이 낙하산으로 임명될 때는 침묵하다가 이제 와서 시민들의 촛불집회에 편승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국장급인 정 PD는 1978년에 입사해 ‘인간시대’ ‘팝스의 고향’ 등을 연출했으며 현재 ‘생방송 오늘 아침’과 특별 생방송을 담당하고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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