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이어 票로 확인한 민심… 靑, 쇄신책 강도 높일듯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9분


텅 빈 한나라… 웃는 민주 6·4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통합민주당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자 양당의 표정은 엇갈렸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은 4일 저녁 일찍부터 당직자들이 자리를 떠나 썰렁했다(왼쪽 사진). 반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민주당 당사 개표상황실은 박상천 공동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 등 당직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명 기자·안철민 기자
텅 빈 한나라… 웃는 민주 6·4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통합민주당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자 양당의 표정은 엇갈렸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은 4일 저녁 일찍부터 당직자들이 자리를 떠나 썰렁했다(왼쪽 사진). 반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민주당 당사 개표상황실은 박상천 공동대표(오른쪽 사진 오른쪽) 등 당직자들이 자리를 지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재명 기자·안철민 기자
재보선 이후 정국 전망

與 “민심 겸허히 수용”… 국정 운영 폭 좁아질듯

野, 정국 강경드라이브… 국회 원구성 난항 예상

4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민주당이 선전(善戰)함에 따라 정부 여당은 향후 국정운영에서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통합민주당은 수도권에서의 승리로 정국 운영 자신감 회복은 물론이고 2005년 이후 재·보선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여야 모두 관심을 보였던 서울 강동구청장, 경기 포천시장, 인천 서구청장 등 수도권의 3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은 전패(全敗)했다.

○ 성난 민심 ‘표’로 증명…여권 정국 장악력 약화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겉으로는 이번 재·보선이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선거가 없다는 이유로 큰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기색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첫 재·보궐 선거인 데다 쇠고기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야당이 ‘정부 100일 심판론’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재·보선의 파장은 작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가 전국 곳곳에서 골고루 치러졌다는 점에서, 또 한나라당이 불과 몇 개월 전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한 지역에서도 대부분 패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 출범 100일에 대한 ‘성난 민심’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여당은 비록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국정운영 주도권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국정쇄신론 분출할 듯

여권은 국정쇄신책 공개 시점을 앞당기거나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폭 이상의 개각과 대통령수석비서관 개편 폭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많다. 민심 이반이 ‘표’로 증명됨에 따라 향후 경제 살리기 등 국정 로드맵에서도 동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서는 벌써부터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청와대는 당분간 정부의 모든 정책 방향을 민생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고유가 등으로 성난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뒷북 처방보다는 한 발 앞선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대운하는 물론이고 공기업 민영화, 규제 개혁, 2차 정부조직 개편 등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기존 방식을 뒤엎거나 첨예한 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안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식 논의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으로는 개각을 포함한 인적쇄신은, 우선 시급한 민심수습책을 먼저 내놓은 다음 민심 추이를 지켜보면서 이 대통령의 결심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뒤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체적 위기 국면에서 사람 한둘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나라당에서는 자성론과 함께 국정쇄신 및 인적쇄신론이 거세게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적쇄신의 폭과 대상을 둘러싸고는 당과 청와대, 또 친이계 내부 소계파별로 갈등이 표면화할 공산이 크다. 다음 달 초 치러지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민주당 장외 강경노선 예상…원 구성 난항 예상

민주당은 18대 국회 개원 및 원 구성,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 내각 총사퇴,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 등 쇠고기 정국과 관련한 각종 현안에서 강경노선을 더욱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5일부터 72시간 철야로 열리는 촛불문화제에 당 차원의 참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4일 “재·보선 승리가 오히려 당을 강공 노선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뜩이나 당이 이번 사안에서 한 일이 별로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온건론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18대 국회 개원과 원 구성 협상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이 ‘민심이 거리에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장외에서 최대한 한나라당을 압박하며 실리를 챙기려 할 공산이 크다. 여론에서 밀린 한나라당이 결국은 야당에 상당한 선물 보따리를 준비해야 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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