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前대표 오찬내용 직접설명… 어제 濠출국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7분


朴 “공천비리 수사 靑 압력설 항의”

靑 “본인 입장서만 얘기해” 불쾌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일 청와대에서 만나 1시간 50분간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는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견해 차만 확인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두 사람의 회동이 광우병 파동으로 꼬인 정국을 풀어갈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한나라당 주류 측은 난감한 기색이다.

○ 박 전 대표 직접 브리핑

박 전 대표는 10일 이 대통령과 만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당초에는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을 통해 브리핑하려다 직접 나섰다. 친박 복당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단둘이 나눈 대화를 가감 없이 전달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는 동시에 자신의 발언에 무게를 실으려는 뜻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신뢰 회복이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애초에는 신뢰했다. 그런데 내가 신뢰를 깬 게 아니잖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랏일이 잘되도록 도와 달라’는 (이 대통령의) 말씀에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말을 안 해도 옳은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쇠고기 문제는 이념 문제가 아니다. 협상 과정이나 대처에 잘못한 부분도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도 공감하고 ‘그렇게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공천 비리 수사 견해차

청와대는 박 전 대표의 브리핑에 대해 “너무 본인 입장에서만 이야기한 것 같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청와대는 특히 친박연대 공천 비리 수사와 관련한 박 전 대표의 브리핑 내용에 불만을 표시했다. 박 전 대표는 “‘청와대가 매일 검찰에 전화를 넣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는데 잘못된 것 아니냐’고 했고, 이 대통령이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며 혐의가 있는데 수사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이 ‘그런 게 있겠느냐. 나도 대선 기간에 검찰수사를 받은 사람이다’라고 말한 부분을 빼고 ‘이 대통령이 바로잡겠다고 했다’고만 브리핑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박 전 대표의 선택은…

박 전 대표는 11일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당 문제는) 5월 말까지 결정이 나야 한다. 결론이 나면 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나도 결정을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10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서 “참된 명예란 남이 알아줄 필요도 없이 스스로가 떳떳하고 자랑스럽고 슬기롭게 살아간다고 자부할 수 있는 데서 비롯된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일괄 복당이 불허될 경우 박 전 대표가 △탈당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당 내 야당 역할 등 세 가지를 놓고 고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당내 친박 당선자들은 탈당을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박 전 대표 자신도 지난달 복당을 공개 요구하면서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당내 친박 당선자 중에는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하며 기회를 엿보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경우 자칫 ‘발목이나 잡는 계파 수장’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결국 박 전 대표는 복당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지켜본 뒤 최종 태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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