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 바로잡겠다”

  • 입력 2008년 3월 24일 03시 00분


박근혜 당권도전 시사… “지원유세 계획 없다”

“경선결과 승복했는데 공정공천 약속 안지켜”

‘당권-대권 분리 무시’ 靑개입설 에둘러 언급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폭발했다.

박 전 대표는 2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 공천 결과에 대해 “약속과 신뢰가 지켜지기를 바랐지만 결국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당 지도부에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박 전 대표는 “2월에 공천을 마무리하고 원칙과 기준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믿고 맡겨 달라’는 (강재섭) 대표의 말을 믿었다.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잘못되고 말았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이렇게 할 목적으로 (공천 발표를) 미뤄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총선 지원유세에 대해서는 “지원유세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한나라당의 이번 공천이 박근혜 죽이기 차원에서 진행된 ‘밀실공천’이었다고 보고 당 지도부와 이명박 대통령 측근들을 향해 정면으로 포문을 연 것이다.

그는 “(공천이) 국민에게 우리 정치의 수준과, 경선에서 지면 끝이라는 것과, 능력과 국가관보다는 어떻게 해야 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3가지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며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정치개혁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없고 무능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저는 경선 결과에 승복했고, 지원 유세도 했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면서 오로지 ‘공정 공천’ 한 가지만 요청했는데 그것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청와대의 공천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박 전 대표는 “경선은 한 군데서도 이뤄지지 않았고,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는 무시됐다”며 “당 대표는 비례대표 영입에 대해 ‘대통령에게 칭찬받았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했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권력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정당화할 수는 없다. 권력이 정의를 이길 수 없다”고도 했다. ‘속았다는 말이 이 대통령과도 관련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제 심정은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한 측근은 “공천의 근본적 책임은 당 지도부에 있지만 공정한 공천을 약속한 이 대통령도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한나라당을 바로잡겠다. 그것이 국민과 당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해 처음으로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내부적으로 당권 도전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박 전 대표가 당의 현 상황에 대해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어 의외의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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